평양시 ‘사회동원’ 대체 인력 등장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2.09.28

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시를 국제도시로 꾸리겠다”고 선포한 다음 시민들의 사회동원 횟수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동원을 전문 대신해주는 대체인력, 즉 삯꾼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평양시가 국제도시 면모를 갖춘다고 각종 대상 건설을 벌여놓고 있습니다.

평양 중심가에 북한판 ‘뉴타운’ 창전거리가 건설되고, 릉라인민유원지, 만경대유희장 개건공사 등 곳곳에서 삽질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TV 경애하는 장군님의 원대한 수도건설 구상을 높이 받들고 대성산 유원지 개건 공사장에서 혁신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평양시 꾸리기가 한창 진행되면서 평양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사회노동(무보수 공공노동) 시간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평양시를 현대화 한다고 인민반별로 거리 화단 정리, 보도 블로크 새로 깔기, 쓰레기장 정리 등 너무나 많은 사회동원을 시킨다”며 “한 마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지난해에는 하루 직장일이 끝나면 곧바로 창전거리에 동원되어 잔디심기와 화단 정리 등 잡다한 허드렛일에 동원됐다”면서 “밤 9시에 이전에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평양에는 바쁜 사람의 사회동원을 대신해주고 돈을 버는 대체 인력들이 등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주로 꽃 심기, 화단 정리 등 경미한 사회노동이 있었지만, “김정은 제1비서가 들어선 다음 완전히 평양시를 뒤집어 놓을 잡도리(의도)”라고 이 주민은 평양시민의 고달픔을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무리하게 사회동원을 부과하자,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는 돈을 내고 사회노동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주민은 “모든 사회노동은 인민반별로 부과되는데, 인민반장들은 직장일이 바빠 동원되지 못하는 세대나 부유한 가정으로부터 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체 인력을 고용한다”고 말했습니다.

평양 시민들이 하루 사회노동에 빠지는데 내는 돈은 500~1천500원. 인민반장들은 이 돈을 모았다가 대체 인력들에게 시간당 200~500원씩 주고 일을 시키는 방식입니다.

사회노동에 동원되는 대체 인력은 집에서 노는 가두여성(전업주부)들과 또 직장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대부분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 주민은 “대리 인력들은 이렇게 잘만 하면 하루에 2천원은 벌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돈은 일반 근로자가 한 달 직장에 출근해 받는 월급과 맞먹지만, 현재 장마당에서 쌀 1kg에 7천 원씩 하는 암거래 가격에 비해 볼 때는 변변치 않은 수입입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이나 미국 등 나라들에서 하루벌이를 하는 인력 시장 같은 것이 평양에도 존재하는 셈”이라고 말합니다.

한 평양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 이러한 대체인력은 과거에도 음성적으로 있어왔다”면서 “북한이 도시꾸리기 작업을 무리하게 공동 부담시키기 때문에 사실상 편법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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