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은행들에 이어 남한의 외환은행이 북한의 불법행위에 연루된 마카오 은행과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외환은행은 남한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이 같은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북경협 사업에 당장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남한의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인 외환은행은 2일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에 환거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지를 보냈습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신용장 개설과 송금 등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했습니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북한의 위조 달러 유통과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 재무부가 작년 9월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은행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과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행정 규제안도 내놓았습니다. 이 규제안은 작년 9월 미국 연방 관보에 공고돼서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난 상태입니다. 재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이 날 경우 규제안은 연방 규제법 (Code of Federal Regulations)의 수정안 형식으로 채택되게 됩니다.
외환은행은 이번 결정에 남한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 재무부의 행정규제안이 발효되면 은행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조치를 취했다는 게 외환은행의 설명입니다.
남한의 정통한 금융전문가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외환은행의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풀이했습니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이미 작년 9월 미국 재무부의 발표가 있은 후 예금이 거의 빠져나갔고 중국 당국으로부터도 자금동결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거래실적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이 금융전문가는 외환은행이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과의 거래 관계 때문에 매각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미국계 금융회사인 만큼, 미국 재무부가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에 제재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말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외환은행의 이번 결정이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 팀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당장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동용승: 지금현재 남북간에는 금융거래 자체가 제3국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고요, 다만 당국간에 경협과 관련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를 통해서 북측의 항의라든가 유감 표시가 강력하게 있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동용승 팀장은 그러나 제3국 은행들 사이에서 북한과의 거래를 피하려는 분위가 확산될 경우 남한 기업들이 북측과 맺고 있는 모든 거래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것은 남북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외 거래 전반을 제약할 것이라는 게 동 팀장의 설명입니다.
한편 일본의 대형 시중은행인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과 미즈호 은행도 작년 9월 미국 재무부가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직후 이 은행과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김연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