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구제역 단속초소 뇌물 수수 만연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4.03.31

앵커: 지난 1월 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구제역, 즉 수족병이 남한과 인접한 비무장지대까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제역이 이처럼 빠르게 퍼진 이유는 약품 부족과 함께 차량단속을 허술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구제역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축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몰렸습니다.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발병지역에서 차단되어야 할 수족병이 지금은 황해남도 해안 지역과 산간지대까지 퍼졌다”면서 “예방약 부족과 유동인원 통제가 제대로 안돼 이 같은 위기가 초래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지난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구제역 예방 백신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방역초소에서 뇌물을 받고 장사 차량들을 무단 통과시킨 결과 두 달도 못되어 황해도 전역과 강원도 일대까지 퍼졌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초에 인민보안부와 수의방역기관, 각 도 시군 인민위원회를 망라한 국가비상방역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이 국가비상방역위원회는 감염지역을 지나가는 차량을 일체 막고, 감염지역 주민에 대한 여행증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등 물리적인 봉쇄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평양시와 황해도를 잇는 도로 봉쇄를 맡은 중화 방역초소와 평안남도 도로를 봉쇄하는 마장 방역 초소 등에서는 야밤을 이용해 장사 차량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며, “특히 중화초소에서는 중앙당 연락소 차량 소지자들과 보초병 사이에 시비가 붙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단속을 맡은 인민보안부 초소원들도 ‘최고사령관 명령’ 관철이라는 명분으로 들락거리는 대남공작기관 차량들과 중앙기관 차량들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평양시 군사건설국에서 운전사로 10년간 근무했던 한 탈북자도 “평양시 봉쇄를 맡은 10호 초소는 평성과 중화군, 서포구역 등 4곳이나 되는데, 이들은 서비차로부터 돈과 담배 등을 받고 야간에 차를 통과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뇌물수수가 허술한 북한의 방역망을 맥없이 무너뜨렸고, 구제역은 개인 농가 돼지우리에까지 퍼져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는 구제역 백신프로그램은 장마당에서 한 대당 25만원(30달러)까지 뛰어 올라 돼지가 감염되면 즉각 폐사된다고 북한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열차 칸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아직 함경도 지역까지 감염됐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구제역은 공기 따라 전염되기 때문에 3년 전과 같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예방 주사약이 모자라 횟가루나 살충제를 뿌리는 등 자체 예방에 매달리다 평양 이남의 돼지목장이 대부분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또 다른 북한 주민은 “당장 농사철이라 밭갈이에 투입되어야 할 부림소까지 쓰러지면 그 일을 대신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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