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취업 돕기 5년, DBM KOREA 손종욱 위원 (2)


2005.11.08

어제에 이어 퇴직자들의 전직을 지원하는 회사인 DBM KOREA에서 탈북자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손종욱 자문위원으로부터 탈북자들이 취업후 겪는 어려움과, 취업에 성공한 탈북자들의 공통된 특성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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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M KOREA에서 탈북자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손종욱 자문위원 - PHOTO courtesy DRM KOREA

일단 직장에 취직한 탈북자들 중에, 고용주로부터 ‘북한식으로 일해서 일하는 게 시원찮다’라는 말을 듣다가 결국 일을 그만뒀다라는 말을 하신 분들이 있는데요? 북한식으로 일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손종욱: 북한식으로 일한다는 것이 사회주의권의 공통된 특성입니다. 내가 일을 하나 안하나 봉급을 똑같이 받는 현실이다 보니. 저희가 소위 말하는 성취욕이 뛰어난 사람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근로자로 돈이 나오고 주어진 일이 나오면, 주어진 일만 딱 한다던지, 아니면 주어진 일 조차도 그것이 공동작업인 경우 열심히 안 하시는 분들이 좀 많습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것은 한국 사람들의 편견 일텐데, ‘북한 사람들은 일을 잘 안한다, 공산주의 국가가 다 그랬다’하는 편견입니다. 실제로 제가 본 탈북자 분들 중에, 이건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은 하시는데, 실제로 일이 주어지면 안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특히 독일이 통일하고 나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다고 하는데요, 똑같이 교육을 받은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동독 출신들의 경우, 똑같은 상황에서 (서독사람들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져요.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많이 치유가 됐겠지만, 처음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체제적으로 연구하고 했죠.

북에서 오신 분들이 한국사회에서 지낸 지 3-4년 지나고 나면 이런 문제가 많이 없어져요. 처음 넘어오셔서는, 과거의 경험 때문에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제약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최근에 넘어오신 분들이 넘어오시기 직전에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에너지 난 때문에 모든 직장의 대부분이 일을 안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아침에 모여서 조회를 하고, 청소하고, 바로 퇴근하는 습성들이 몸에 벤 거죠. 물론 상황에 따라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말을 (북한식으로 일을 한다라는 핀잔을 들었다) 하신 분이 그런 습성 때문에 열심히 일을 안 하신 거겠죠.

3-4년 쯤 지나면 북한식으로 일하는 마음가짐이 사라진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취업하기가 더 쉬어지는 것인지?

아니죠, 경력 공백이 생기니까 그렇지 않죠. 3-4년이라는 동안 그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나아진 것이 아니잖습니까? 3-4년 동안 일을 안 하니까 어떤 일이라도 주어지면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제가 친하게 지내는 몇 분들은 3-4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기 사업도 해 보고, 직장도 다니면서, 자기 스스로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한국 사회는 참 무서운 게임을 하는 곳이구나, 생존을 위해서 경쟁해야 하는 부분이 많구나’ 해서 스스로 터득을 하게 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원을 퇴소하고 나서 2-3년 기간 동안, 물론 아무도 2-3년을 그냥 놀지는 않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들이 학원을 길게 다니시죠. 설령 학원을 다니더라도, 그 학원이 나중에 직업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학원을 다니면 되는데,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할 줄 아는 가령 컴퓨터 작업 증에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한다는 것이죠. 물론 있으면 좋죠.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사항인데, 그것을 1년 동안이라는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는 겁니다. 그런 부분들이 문제.

이런 저런 난관을 다 딛고 취직을 하셔서 적응도 잘 하시는 탈북자 분들이 그래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성공적인 취업을 한 탈북자 분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요?

저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제일 뚜렷하신 분들이 성공을 하고, 중간에 좌절을 하더라도, 가량 사업을 하다 망했다던가 해도 다시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분들이죠.

그 목표가 짧게는 북한에 있는 가족을 데리고 와야겠다가 될 수 있고, 길게는 ‘내가 지금 제약회사의 인사총무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적어도 인사총무부에 있어서는 내가 우리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야겠다’라든가, ‘나는 CEO가 되겠다’고 마음먹도 어떤 산업 군을 선택해서 들어간다던지 하는 것들이죠. 제가 아는 사람은 문방구를 차리기 위해 문구 전문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어요.

나중에 형제들이랑 문방구를 창업하기 위해서. 그리고 세련된 접근법인데요. 세련된 접근법이란 같은 북에서 온 사람이라고 해도, 북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왔다고 해도, 이력서 양식에 따라 아주 굉장히 경쟁력 있는 이력서를 쓸 수 있습니다. 일은 다른 사람이 더 잘했다 하더라도, 이력서를 세련되게 잘 쓴 사람이 면접에서 유리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접근 하는 구직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야 합니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곳이 대부분 종교 집단입니다. 교회, 절, 성당을 다니면서, 아니면 자주 가는 가게 아주머니가 취업을 해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networking(개인 연락망)이 잘 돼야 취업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networking과 관련된 재미난 한 실례가 있습니다.

제가 북에서 오신 한 분 에게 networking의 중요성을 한참 설명했더니 인상을 쓰면서, ‘나보고 취업을 구걸하란 말이오’라고 물으시더라구요. 남한 분들이랑 굉장히 다르구나 생각했죠. 아주 자존심 상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셔서, ‘아닙니다. 다 networking합니다. 알고 있는 교회 변호사 같은 분들이 취업을 시켜주실 수 있습니다’라고 해도 ‘그래도 구걸 안 하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나 그 분은 구걸해서 취직하셨습니다. 굉장히 만족해서 다니시죠. 제가 지금 물어보면, ‘그 땐 생각이 굉장히 틀렸다’고 말하십니다. 한국사회 와서 2-3년 지나서 모든 게 부정적으로 바뀌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간 탈북자 취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다고 느끼신 때가 언제인가요?

제가 진짜 보람된 것은, 인민군 복무를 하다 혼자 넘어온 한 분이랑 친구로 친하게 지냈는데, 여러 가지 방황을 하다 직장을 구해 정착하고, 직장서 만난 한국 아가씨와 결혼식을 한 날, 결혼식의 사회를 본 것입니다. 그 때가 젤 보람이 있었습니다. 만약에 DBM을 나가서도 탈북자 문제에 관여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한다고 답할 것입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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