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괄적 패키지 거부 Q/A]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조치로 급부상하던 포괄적 패키지가 추진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괄적 패키지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과 한국이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이를 거부하고 나오는 바람에 이 방안은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0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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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허형석 기자, 우선 듣기에 생소한 포괄적 패키지라는 말의 뜻을 설명해 주시죠.

허형석: 네, ‘포괄적 패키지’는 북한 청취자한테는 좀 생소한 말로 들릴 것입니다. 영어로 comprehensive package라는 말입니다. 영어 단어 package가 ‘일괄 대책’ 또는 ‘종합 대책’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comprehensive package는 ‘포괄적 일괄 대책’ 또는 ‘포괄적 종합 대책’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북한의 비핵화를 6자회담에서 지금까지 해온 방식처럼 단계적으로 하지 말고 일괄적으로 그리고 종합적으로 한 번에 처리하고 끝내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당사국은 그동안 북한을 상대로 했던 단계적 접근 방식이 너무 소모적이었다는 생각에서 이런 방안을 강구하는 중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포괄적 패키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허형석: 이 방안은 당연히 비핵화의 대상인 북한이나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다른 당사국의 이해를 모두 충족해야 하겠지요.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관련국 사이에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체제 보장, 조미 관계정상화, 북한에 대한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의 폐기 및 국외 반출, 북한의 미사일 문제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체제 보장과 조미 관계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지원은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의 폐기 및 국외 반출이나 미사일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이 바라는 사항입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 중인데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바라는 조미 관계정상화, 항구적 평화 체제(북한의 체제 보장), 대북 경제 지원 등이 포괄적 패키지 안에 들어가는 내용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앵커: 이 포괄적 패키지는 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방안으로 각광을 받았나요?

허형석: 미국 국무부의 커트 캠블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서울에서 이 말을 꺼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캠블 차관보는 최근 상원의 인준 청문회를 마치고 정식으로 취임했습니다. 캠블 차관보의 취임은 미국 행정부에서 한반도를 담당하는 진용을 마무리하는 절차였습니다. 캠블 차관보는 취임 후 관례대로 자신의 담당 지역인 한국과 일본 순방에 들어갔습니다. 캠블 차관보는 7월 18일 서울에서 한국 외교부의 이용준 차관보와 회담한 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중대하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실무선의 수장인 캠블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뒤 포괄적 패키지는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으로 급부상했던 것입니다.

앵커: 포괄적 패키지 방안이 나온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허형석: 북핵 문제가 지난 16년간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이 회담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핵 유지가 정권 유지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 쉽사리 포기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지요. 그래서 북한은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하고 합의를 하면 다시 합의 사항을 파기하는 악순환을 계속했습니다. 지금까지 지속된 6자회담은 그 비근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북한과 6자회담의 나머지 당사국 간의 지루한 밀고 당기기와 북한의 약속 불이행 때문에 미국과 한국 등 당사국은 인내심에 바닥이 났고 더는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또 머나먼 길을 가기보다는 포괄적 패키지로 모든 걸 한 방에 끝내자는 방안을 다시 선호하게 됐습니다. 일괄 타결안은 10년 전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추진됐던 내용이어서 전혀 새로운 방식은 아닙니다.

앵커: 북한은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왜 이 방안을 반대했습니까?

허형석: 북한은 합의 파기를 하면서도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에 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미국은 식량 원조나 에너지 지원과 같은 보상으로 달래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조미 관계를 자세히 보면 무력 과시와 달래기의 순환으로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 현재 위력을 과시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무력 과시로 얻을 것을 얻어낸 뒤에 다시 시간을 벌기 위해 포괄적 패키지를 생각해도 되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과 한국의 이 방안을 거부했다고 분석됩니다. 그래서 북한은 현재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외무성의 박근광 순회 대사와 리흥식 국제기구담당국장을 보내 23일 본회의와 기자회견을 통해 포괄적 패키지를 반대한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이들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서 다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이미 끝났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까?

허형석: 미국의 클린턴 국무장관은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패키지를 제시하는 한편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단호하게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전처럼 강경 발언이나 무력 시위에 따른 지원이나 양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문제 해결은 북한에 달렸습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사를 갖고 6자회담 당사국의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부흥하느냐 아니면 핵을 갖고 끝까지 믿을 수 없는 미국과 적대적인 정책을 지속하느냐는 전적으로 북한의 결정입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미국과 북한 사이의 신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포괄적 패키지보다 더 좋은 방안이 나와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갖은 상태에서 ‘믿을 수 없는’ 미국과 협상해 체제 보장과 더불어 경제적 지원까지 받아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정권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대다수 전문가는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 대한 적대 정책이 북한의 독재 정권을 받쳐온 근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을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방안으로 급부상했던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과 이것이 태동한 이유, 북한이 이를 거부한 배경, 향후 전망 등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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