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위조 등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대형 은행이 지난달 북한과 신규거래를 중단한데 이어, 일본의 대형은행들이 북한의 위조달러 유통과 돈 세탁에 연루된 마카오 은행과 거래를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일본 은행, 이미 2005년 9월에 거래 중단
일본 교도통신이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시중은행인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과 미즈호 은행이 작년 9월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과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은 북한의 위조 달러 유통과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 재무부가 작년 9월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은행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곧이어 미국 금융기관들이 방코 델타 은행과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행정 규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과 미즈호 은행은 미국 재무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직후 방코 델타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일본의 전국 은행 협회도 작년 12월 방코 델타 은행과의 거래와 관련해 회원 은행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미츠비시 도쿄 UFJ 은행은 자산 기준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이고, 미즈호 은행도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은행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두 은행은 원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과 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은행 고객들에게 특별히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일본 은행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작년 9월 미국 재무부가 취한 조치가 전 세계 은행들에게 일종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며,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과 거래가 별로 없는 일본 은행들 역시 여기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미 재무부 조치에 따른 예방 차원 대책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의 라파엘 펄 (Raphael Perl) 선임연구원도 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일본 은행들의 결정은 일종의 예방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Raphael Perl: It could very well be just a precaution on their part.
달러 위조나 돈 세탁 등 북한이 저지르는 불법행위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특히 미국 재무부가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행정 규제안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일본 은행들이 미리부터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재무부의 규제안은 미국 금융기관들이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위해 계좌를 열어주거나 유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금융기관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도 이 계좌를 통해서 방코 델타아시아 은행과 거래할 없게 됩니다. 펄 연구원은 이 행정 규제안이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북한과 거래하는 다른 외국 은행들도 비슷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경제제재라기 보다는 불법행위 차단 조치
이 규제안은 작년 9월 미국 연방 관보에 공고돼서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난 상태입니다. 재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이 날 경우 규제안은 연방 규제법 (Code of Federal Regulations)의 수정안 형식으로 채택되게 됩니다.
펄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북한과의 거래를 끊는 은행들이 늘어날수록 북한이 국제적인 상업 활동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RP: It will make it increasingly difficult for N. Korea to engage in commerce.
북한의 대외 거래의 상당부분이 불법행위와 관련돼 있는 만큼, 결국 북한도 불법행위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펄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조치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로 해석될 소지가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북한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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