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국민들 북한인권 문제 피부로 느낄 것”-영화 크로싱 시사회

탈북자 문제를 사실적 시각으로 다룬 영화 크로싱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30일 서울에서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탈북자 문제를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 다뤘기 때문에 남한 사회의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서울-박성우 xallsl@rfa.org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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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들: 아부지. 비옵니다.

아버지: 너는 비가 그렇게 좋니.

아들: 네. 좋습니다.

아버지: 자 (공) 받아봐라.

비 내리는 어느 여름날 오후. 북한 함경도에 있는 한 탄광촌에서 광부로 일하는 아버지는 일을 끝낸 다음 집으로 와 축구를 좋아하는 11살난 아들과 공을 차며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어머니: 우리 준이. 한참 클 때니까.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지. 준이야 많이 먹어라.

먹고 살기는 힘들어도 이처럼 행복해 보이는 생활을 하던 이들 가족에게 어느 날 불행이 찾아옵니다.

어머니: (기침 소리)

아버지: 준이 엄마 정신 차려라.

어머니: 일 없습니다.

영양실조인 아내가 임신을 한 몸으로 결핵까지 걸리게 되고,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북한 땅에선 구할 길이 없는 약을 사오겠다며 남편은 국경선을 넘어 중국으로 향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인차 갔다 올게. 다녀 올 때 우리 준이 축구볼도 사오고 신발도 사 오께.

아들: 진짜입니까.

국경선을 넘는다는 뜻의 크로싱(crossing)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2007년 북한에 살고 있는 인민들이 처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총성을 뒤로 한 채 힘겹게 압록강을 넘는 남편. 남편을 기다리다 결국 사망하는 아내. 꽃제비가 돼 장마당을 헤매는 아들.

아버지를 찾겠다며 길을 나선 아들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에서 몽고로 떠돌다 결국엔 탈진해 몽고의 사막 한 가운데서 사망합니다.

아버지: (흐느낌) 약속 못지켜 미안하다.

아들의 시신을 부여안고 눈물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탈북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김태균 감독은 4년여 동안 준비했지만 자신의 영화를 통해 보여준 북한의 실상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김태균: 이 영화는 지금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고통의 10분의 1도 표현된 게 아닙니다. 너무 작은 부분 밖에 표현되지 않았는데. 아마 그걸 다 표현한다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보지 못하실 겁니다.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 유상준씨가 실제로 겪은 일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게 김태균 감독의 설명입니다.

유상준씨는 1998년 탈북해 2000년 한국에 먼저 정착한 다음, 중국에 남겨진 아들도 데려오려 했지만 영화에 묘사된 것처럼 아들은 2001년 7월, 12살의 나이로 몽고의 한 사막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영화 <크로싱>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한국의 유명 배우 차인표씨는 유상준씨 같은 탈북자 역할을 해 보니 자신의 북한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외국 사람들도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국에 살고 있는 자신은 그간 뭘 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됐다며 차인표씨는 앞으로는 북한 인권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차인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그 전까지는 제가 몰랐던 사실이기 때문에 저에게 면죄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보았고, 알게 됐고, 저를 통해서 또 대한민국 국민들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가만 있는다면... 저는 이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차인표씨의 기대처럼 한국의 많은 국민들은 이 영화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6월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크로싱>에 대한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28일엔 워싱턴에서 시사회를 가진데 이어 지난 27일엔 서울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으며 언론들은 6월 개봉되는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들 중 하나로 <크로싱>을 손꼽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간 북한과 탈북자 문제를 다룬 영화가 서너 편 있었지만 <크로싱>만큼 북한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한 작품은 없다면서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경우 북한 인권과 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인식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간 북한의 식량난과 인권문제, 그리고 험난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 과정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한국 사회에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 인권은 탈북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몇몇 국회의원들이 외치는 정치적 목소리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크로싱>은 대중매체인 영화의 특성상 수많은 관객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고, 또 허구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 입니다.

이우영: 그 동안 북한 인권이나 탈북자에 대해서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념 편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데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 이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 인해서, 우리 모두가 탈북자 문제나 북한 인권 문제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보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로싱> 제작진은 영화 상영을 통한 수익금의 절반을 탈북자들을 돕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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