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무용음악대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


2005.10.26

북한 최고 명문대라고 알려진 평양무용음악대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는, 현재 남한에서 피아니스트, 즉 피아노연수가로, 음악대학 교수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 남한 땅을 선택하게 됐다는 그는, 요즘에는 북한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준비에 한창입니다.

김철웅 씨의 이야기를 2부로 나눠 전해드립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서도 피아니스트로 장래가 촉망되던 김철웅 씨가 남한행을 결심하게 된 이야깁니다. 서울에서 이진희 기자가 김철웅 씨를 취재했습니다.

피아노는 언제부터 치셨습니까?

김철웅: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3살 때부터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면 손뼉 치고, 발장구 치고 했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음악에 특기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평양무용음악대학을 들어갈 당시가, 북한에서도 조기음악교육이 시작됐을 땝니다.

처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예술분야에서 조기교육을 하라는 지시를 내려, 그 지시에 따라 조기음악교육이 처음 실행됐습니다. 제가 평양음악무용대학에 들어갔을 때가 81년, 제가 8살일 때였습니다.

평양음악무용대학 하면 북한 최고의 명문예술대학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들어가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김: 부모님들이 제 특기를 살려 내세우고 싶어 하신 면도 있지만, 평양음악무용대학에 들어가려면 합격이 돼야 하지 않습니까? 남한으로 치면 입학관리처인데, 거기서는 미래의 간부를 양성한다고 해서 간부과라고 하거든요. 간부과 사람들 30-40명이 전국 지방에 있는 전문대 형식의 예술학교로 가서 시험을 실시해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여기서 합격한 학생들은 평양음악무용대학으로 시험을 보러 올 자격이 주어지는 겁니다. 제가 시험을 치를 때 학생들이 6,000명이나 올라왔습니다. 그 중 9명을 뽑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은 행운스러운 일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치시고 해서, 지금 연주를 잘 하시겠지만, 너무 어린나이에 피아노 연습만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으셨나요?

8살 때부터 음대를 다니고 피아노를 쳤다지만, 8살 이면 볼 차기를 더 좋아할 나이지 않습니까? 전 솔직히 부모님들이 야속했습니다. 너무 힘이 들었죠. 다른 아이들은 수영장가고, 재기차러 가는데, 저만 (피아노를 쳤어요.) 그래서 저는 피아노를 빼고는 어린 시절이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부모님께 감사하지만 그 때는 야속했고. 그래도 그런 어린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오늘날의 내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관두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하셨겠어요.

많이 했습니다. 내가 왜 맞으면서, 우리 피아노 교육을 보면, 많이 맞습니다. 여기 교육과는 너무 상반됩니다. 매질을 너무 많이 당해서. 피아노 모서리에 맞아 머리가 터진 적도 있구요. 지금 손에 있는 상처가 다 그 때 상처입니다.

그런데 제가 선생님들에게 맞고 부모님에게 가서 말하면, 부모님들이 더 야단을 쳤습니다. 야속했죠. 피아노를 잘 하면 다들 좋아하시더라구요. 부모님하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기 위해선 피아노를 잘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었습니다.

평양무용음악대학을 졸업한 이후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으로 유학을 가셨다고 했는데요, 유학생활 얘기 좀 해주세요.

그 때가 23살. 저는 대사관으로 출퇴근을 했습니다. 기숙사에 있어보지 못해 유학생활이라는 것은 잘 모릅니다. 가령 보드카 같은 것을 마시는 것도 대사관에서. 저는 지금도 보드카를 참 좋아합니다. 지금은 보드카를 안 마십니다. 눈 속에 보드카를 집어넣다 꺼내 먹던 것이 기억에 나고요. 그러나 가장 좋았던 것은 러시아에는 미인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계셨어도 음악가로서 장래가 보장됐을 텐에 왜 탈북을 결심하셨나요?

재즈 같은 음악을 못 듣게 해서. 제가 처음 재즈를 듣고 감동을 했어요, 재즈를 하러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내가 모르는 음악의 장르, 음악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동경해서 남한에 왔습니다.

김철웅 씨가 특히, 리차드 클래이드만이라는 연주가의 곡을 많이 치시는 걸로 아는데, 리차드 클래이드만은 어떤 분인가요? 이 분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튼데, 이 분은 클래식을 전공하고, 자기성 음악을 찾다보니 재즈 피아노를 하게 됐습니다. 1980년대는 리차드 클라이드만의 음악이 상당한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재즈 클래식은 특별히 피아노의 선율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하는 재즈 클래식은 리듬에 치중을 하는데, 이분 음악은 순전히 피아노만 가지고 표현을 했기 때문에 참 아름답습니다. 사람의 감성이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아름다움 때문에 피아노가 더 아름다워 지는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피아노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곡. 이런 곡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괴롭거나 화나날 때, 힘들 때 감성을 아름답게 해준 다는 게, 그로인해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됩니다. 음악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를 좋아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김철웅 씨가 남한에서 연주와 출강으로 바쁜 와중에도 북한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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