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들의 보금자리, 셋넷 학교


2006.02.15

탈북 청소년들의 희망 터전인 ‘셋넷학교’를 소개해 드립니다. 2004년 문을 연 이 학교에서는 남한 생활에 낯선 탈북 청소년들에게 공부와 함께 남한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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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셋넷학교’ - RFA PHOTO/이수경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셋넷학교’. 이곳에는 16살에서 24살 사이의 20여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모여 학업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들은 대부분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고 자퇴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일반 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한 아이들입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셋넷학교에 입학했다는 한 여학생은 현재 이 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 중입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탈북 청소년들만 모인 학교여서 무엇보다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합니다.

청소년1: 일반 학교를 그만둔 것은 나이차이가 나서 그만뒀습니다. 애들하고 2살 차이가 났는데 그것이 자격지심이었는데 여기서는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있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어요.

올해 대학 중어중문과에 합격했다는 또 다른 여학생은 미래에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나 이 학교에 오기 전만 해도 남한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대학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청소년2)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중국어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일반 학교는 이 학생이 따라오던 못 따라오던 무조건 진도가 나가는데 여기는 더불어 가는 그런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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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넷학교를 설립한 박상영 교장에 따르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탈북과 중국을 거치는 과정에서 힘든 일을 많이 겪은 탈북 청소년들은 남한에 와서 대학입시와 경쟁이라는 더 큰 어려움에 부딪칩니다. 그는 따라서 이들이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과 수준에 맞게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서 서로 버팀목이 되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상영: 현재 3개월 정도의 하나원 교육이 고작입니다. 그러나 사회를 알고 적응하는 데는 3개월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한 1년 정도는 적성을 알고 준비하고 이 사회에 적응할 경우 적응도 제대로 하고 융화될 수 있습니다.

셋넷학교는 1년 교육 과정으로 수업료는 5만원, 미화 약 50불 정도를 받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성실한 성적으로 졸업할 경우 수업료는 장학금 명목으로 다시 돌려준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무료로 수업할 경우 학생들이 책임감 없이 공부할까 우려돼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한다고 박 교장은 설명합니다.

박상영 교장은 그러나 탈북 청소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학교를 중도에 그만둬야 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수업료가 문제가 아니라 집안에 돈 벌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박상영: 아이들이 20대 초반이면 성인입니다. 집에서 돈을 탈 수 없습니다. 핸드폰도 쓰고 차비도 쓰고 친구도 만나고 하려면 최소한 30-40만원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집안 형편이 어렵고 그러다 보면 학생들이 선생님 몇 달 정도 아르바이트 하다 올게요 하고 떠나가는 겁니다. 그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한편, 남한에는 셋넷학교와 같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시민, 종교단체에 의해 서울 근교에서 약 5-6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입국한 탈북 청소년들의 수가 600여명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남한 정부는 올해 안에 탈북자 자녀들을 위한 한겨레 학교를 개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이와 함께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생활 지원금 확대와 대안학교들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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