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부는 영어 바람, 그러나 교재, 교사 부족해

200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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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북한 사회에서 금기 언어로 까지 인식되었던 영어를 배우기 위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1일 국제관계에서 영어의 유용함을 깨달은 북한 당국이 머리 좋은 학생들을 유학 보내고, 영국이나 캐나다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교사를 영입해 오는 등 영어교육에 힘쓰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적어 배운 영어를 연습할 상대가 부족할뿐더러, 영어 교재도 쓸 만한 것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영어를 왜 배우나요?”라고 묻자, 학생은 ‘혁명을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이에 선생님은, ‘맞습니다, 혁명을 위해 영어를 배웁니다’라고 말합니다.

미국 등 자본주의 국가에 대해 적대적인 북한에서 영어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타임스의 기사 내용부터 좀 소개해 주시죠.

네, 한국전쟁이후, 북한 당국은 영어를 적의 언어로 간주, 영어 사용을 철저히 금지했습니다. 대신 러시아어가 제 1외국어였습니다, 러시아와의 경제적인 유대관계 때문이었죠.

그러던 것이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자들이 영어 배우기에 열중하자, 북한도 뒤 늦게 남아 국제관계를 하는 데 있어 영어의 유용성을 깨달은 것이죠.

물론 지금도 북한에서는 영어로 된 책, 신문, 광고, 영화, 노래가 금기시되고 있으며, 영자가 쓰여 있는 옷도 허용이 안 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영어를 가르칠 만한 사람이 부족한 것이죠.

그런데 북한 정부가 영어교육을 장려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북한 당국이 조심스럽게나마 최고 학생들을 유학 보내고, 또 영국이나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서 교사들을 영입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어능력 평가 시험기관인 미국의 ETS에 따르면 지난해 토플, 즉 외국어로서의 영어 능력 시험을 본 북한인이 4천 700명이나 됩니다. 6년 전보다 3배가 많은 숫자입니다.

북한주재 영국대사를 지냈던 제임스 호어(James Hoare)씨는 이 신문에 북한은 외부에서 묘사된 것만큼이나 세계화와 거리가 먼 나라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현대 과학과 기술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평양에 상주하고 있으면서 북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북한에서 영어를 배우고 말하는 것이 큰 추세라며, 영어가 적극 장려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대단한 만큼, 북한사람들이 얼마나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지 궁금한데요?

영어에 대한 열정만큼 실제 영어교육의 효과는 없는 모양입니다. 신문은 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북한 관광 안내자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김 씨라고만 밝힌 이 안내자는 호주 관광객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영어를 시험할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합니다. 호주인 에게 다가가서 영어로 나이를 물었는데, 막상 그 말을 한국어로 풀어보면, “당신 나이가 몇 개요?”라는 황당한 영어를 구사합니다.

이 안내자는 북한 최고의 외국어 교육기관인 평양 외국어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있음에도 물구하고 짧은 문장조차 구사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 내 지식인 층에 속한다는 한 젊은 여성도 아버지가 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몰래 가져왔다는 영어책을 방문을 잠그고 읽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인생에 있어 세 가지가 중요한데, 결혼, 운전, 그리고 영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영어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요?

북한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이 영어교재와 영어교사의 부족이라는 것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지적입니다. 북한 당국은 불순한 한국말이 많다는 이유로 중국이나 남한에서 만들어진 한영사전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여름 북한에서 영어를 가르쳤다는 캐나다인 제이크 불러(Jake Buhler)씨는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서양 책은, ‘1950년대 출판된 선박기술에 관한 책자’ 같은 낡고 이상한 책 밖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겨우 영어 교육의 성취도는 더 낮습니다. 북한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했다는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교사라는 수준이 겨우 책을 보고 영어를 읽는 정도이며 발음도 형편없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미국에 영어 교사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다는 지적이 눈에 띠는데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지난 2000년 방북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에 영어 교사를 보낼 의향이 있는 지를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측 으로부터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죠. 그나마 영국은 북한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교사를 보내곤 했는데, 이마저 북한 인권과 핵 문제에 관한 우려로 인해 중단된 상태라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지적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북한 당국이 주체사상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네, 신문은 북한 교과서를 연구했다는 한 남한 학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서양의 문화나 사상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영어를 이용해 북한 체제에 대한 선전 활동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영어교과서 내용을 살펴보면, 선생님이 몇몇 학생들에게 레볼루션, 한국어로는 혁명이라는 단어의 철자를 말하게 하고 뜻을 설명하게 한 뒤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영어를 왜 배우나요?”라고 묻자, 학생은 ‘혁명을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이에 선생님은, ‘맞습니다, 혁명을 위해 영어를 배웁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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