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거주 사촌남매 55년만에 상봉, 북 노동신문


2005.01.28

한국전 당시 헤어졌던 사촌남매가 55년 만에 감격적인 상봉을 가졌다고 보도한 기사가 최근 북한 노동신문에 실려 눈길을 끕니다. 이들 남매는 같은 평양시에 살면서도 소식을 모르다가 최근 주소안내소의 주선으로 만나게 됐다고 노동 신문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의 이산가족 찾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고 지난 1983년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남한 KBS의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되돌아봅니다.

남북이산가족은 분단의 비극, 그 현실을 아직도 고스란히 껴안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이산가족상봉이 본격화되면서 반세기동안 서로 생사조차 몰랐던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만나는 장면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눈물짓게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 차례에 걸친 이산가족상봉으로 모두 9천9백여 명의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 한을 달랬지만 아직도 70만으로 추산되는 이산가족들이 가족들과의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이 있기 이전에 남한과 북한에서는 나름대로의 헤어진 가족을 찾는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98년 3월부터 지금은 인민보안성으로 이름이 바뀐 당시의 사회안전부에 주소안내소를 설치하고 그동안 산하기관별로 이뤄져 오던 이산가족 찾기 사업을 통합시켰습니다. 주소안내소는 북한 내에서 이산가족을 찾아주는 일뿐만 아니라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북한 내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상봉을 추진하는 상봉공식 통로역할을 해왔습니다.

지난 1월 16일자 노동신문은 이 주소안내소를 통해 극적인 만남을 가진 4촌 남매의 상봉에 대한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6.25전쟁 때 헤어져 55년 만에 만난 최영희 씨와 김성권 씨는 같은 평양시에 살면서도 소식을 모르다가 주소안내소 주선으로 상봉하게 됐다면서 이들에게 이날의 상봉은 정말 꿈만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01년 조선중앙방송은 주소안내소의 상봉주선으로 수십 년간 헤어져 살던 3천여 명의 혈육이 감격적으로 상봉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남한에서는 경찰계통이나 각 행정부서를 통한 이산가족찾기가 개인별, 가족별로 이루어져 왔지만 1983년 KBS 방송에서 실시한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은 당시 남한국민들에게 전쟁으로 인한 이산의 비극을 절감케 하면서 온 국민을 울렸습니다.

6.25 전쟁으로 헤어진 남매가 목포와 제주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오빠를 부르다가 결국 혼절하던 장면, 모녀와 부자 등의 애절한 상봉모습에 당시 남한주민들은 눈물 속에 밤을 새우기 일쑤였습니다.

83년 6월30일부터 같은 해 11월 14일까지 약 석 달간 진행된 KBS의 이산가족찾기 방송은 당초 6.25특집방송으로 몇 시간만 방송하고 끝내려 던 것이 예상외로 밀려드는 문의와 신청으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석 달 동안 쉬지 않고 생방송으로 이어져 이 방송은 세계최고기록만을 모아 책으로 내는 기네스북에 올라있습니다.

남한의 방송들은 그 이후에도 전쟁 때 헤어진 가족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던 가족들을 찾아주는 프로그램들을 방송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들은 이제 고령의 나이에 접어들어 계속 세상을 떠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남한이나 북한 내에서 서로 소식을 모른 채 살아가던 가족들은 생사와 주소가 확인되면 만날 수 있지만 남북에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산가족들은 그나마 기대를 걸어보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남북경색 때마다 중단되곤 하는 바람에 더욱 안타까와하고 있습니다. 새해 초 남한의 대한적십자사 남북협력위원회 이종렬 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정례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한 당국의 경색여부와 관계없이 정례화 돼야 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남북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3년 11월 열린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합의된 이산가족면회소도 올해 초 측량과 지질조사를 마치고 착공식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적어도 두세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남북한 당국과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장균기자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