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북한근로자들 일거리 없어 빈손 귀국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18.10.12
nk_workers.jpg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공사현장에서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앵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요즘 크게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귀국 대기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한 소식통은 10일 “요즘 러시아에 파견된 조선 근로자들이 대부분 위축되어 있는 분위기”라면서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거나 러시아 현지에서 다른 대상건설을 찾지 못해 예정보다 일찍 빈손으로 철수(귀국)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러시아에 파견된 조선 건설근로자들은 어림잡아 수 만 명에 달한다”면서 “대외건설지도국과 수도건설위원회에 소속되어 러시아에 나온 근로자들은 언제 귀국 조치가 떨어질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조선의 근로자들은 대개 러시아에서 돈벌이를 하기 위해 오랜 기간 뇌물을 고여가며 파견근로자로 선발된 사람들”이라면서 “외국에 나와야만 그나마 달러(외화)를 만져볼 수 있고 집안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를 쓰고 러시아 건설장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러시아파견 근로자들은 노임의 대부분을 당이 지정한 과제금으로 바쳐야 하기 때문에 노임만으로는 돈을 모으기 어렵다”면서 “근로자 1인당 월 700달러의 과제금을 바치고 식비와 기타 생활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영하의 날씨로 하여 모든 건설이 중단된다”며 “근로자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개인적인 돈벌이를 위해 추가 노동에 나서면서 하루 16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대상건설을 찾지 못하거나 건설공사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 조기철수를 해야 하는 경우 근로자들은 빈손으로 귀국할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또 다른 소식통은 11일 “러시아에 파견된 조선 근로자들은 귀국 명령을 받으면 크게 낙심한다”면서 “계약만료로 귀국을 앞둔 근로자들은 재탕(재출국)하기 위해 뇌물로 쓸 자금 500달러~1천달러를 마련하려고 건설현장을 가리지 않고 노동에 나선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겨울철을 앞둔 러시아의 근로자들은 건설 일거리를 따지 못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면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노임은 당위원회의 지정계획금으로 바쳤기 때문에 귀국명령을 받으면 죽도록 고생하고 빈손으로 귀국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김영재 대외경제상은 지난 9 13일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러시아 당국자들에게 작년 12월 채택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제2397호에 따라 러시아 등 회원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을 2년 이내에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북한근로자들이 본국에 송환되는 사태를 막아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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