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짜상품 단속 명분으로 서민생계 위협

김준호 xallsl@rfa.org
2019.07.15
nk_candy-620.jpg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는 개인이 만든 알사탕.
RFA PHOTO/김준호

앵커: 북한 당국이 이달(7월)들어 가짜(위조) 상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상표를 붙여 가짜 상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던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주 방문차 중국에 나온 평안북도 주민 소식통은 “이달(7월) 초부터 당국이 가짜 상품에 대한 전면 단속을 시작했다”면서 “서민들이 즐겨 찾는 알사탕이나 강냉이 국수, 인조고기 같은 식품을 집에서 만들어 공장제품인양 장마당에 내다 팔던 사람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가짜상품 단속은 식품뿐 아니라 중국회사에서 의뢰가 들어온 구슬을 꿰어서 만드는 액세서리나 여성용 속눈썹 같은 임가공 제품도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것은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임가공 제품은 국가에 들어갈 외화벌이 수익금을 개인들이 중간에서 착복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개인이 가내수공업으로 제조해 유통시키는 제품 중에는 국영공장에서 만든 진짜보다 질은 더 좋으면서도 가격이 눅은 것이 적지 않다”면서 “이런 제품이 많이 유통되면 국영 공장 제품이 팔리지 않으므로 당국이 가짜 상품 단속에 나선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심지어 당국이 자랑하는 봄향기 화장품 공장에서 만드는 ‘봄향기 세탁비누’와 ‘봄향기 세수비누’ 그리고 신의주 운동화 까지도 개인이 만든 가짜 상품이 팔리고 있어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개인이 만드는 가내공업 제품이 국영공장제품보다 질이 좋고 가격은 훨씬 눅기 때문에 국영공장 간부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개인이 만든 제품을 장마당에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의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는 당국의 처사에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료부족과 전력난으로 국영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몇 년 전만 해도 수령님(김일성), 장군님(김정일) 생일 선물로 주는 알사탕까지도 대부분 개인이 가내공업 형태로 만든 제품이었다”면서 “가짜상품 단속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인이 만든 제품을 금지하는 것은 개인 제조업자와 주민(소비자)을 무시한 당국의 횡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 2015년에도 위조 및 가짜상품 단속을 대대적으로 펼쳐 수많은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다 그해 10월 큰 물난리로 라선시가 쑥대밭이 되자 물자 부족 사태에 직면한 당국이 단속을 슬그머니 철회한 적이 있다”면서 “보나마나 이번 단속도 머지 않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개인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내는 제품이 사라지면 장마당을 기반으로 한 서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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