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신문 사설 통해 어려운 내부 상황 공식 인정”
2024.09.05
앵커: 북한이 5일 노동신문 1면에 ‘난관’을 언급하며 이를 이겨낼 것을 독려하는 사설을 실어 주목됩니다. 북한 당국이 장기간 지속되는 제재에 수해까지 겹치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5일 노동신문에 ‘필승의 신심을 안고 부닥치는 난관을 웃으며 헤쳐나가자’라는 사설을 통해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헤쳐나갈 줄 아는 사람이 진짜 혁명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설에 언급된 ‘난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이 같은 제목의 사설을 게재한 것에 대해 “난관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는 것 자체는 현 상황의 어려움을 당국이 공식 인정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신문이 ‘난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새롭다고 평가하면서 장기화된 대북제재, 코로나 당시 국경봉쇄로 인한 경제 악화, 수해까지 겹친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용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이번 사설에는 “지난 10여년간은 간고성과 혹독함에 있어서 지나온 년대들과 대비할 수 없는 엄혹한 시련의 련속이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코로나 시절에도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는데 이후 (코로나) 종식 선언을 한 지 2년이 넘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신문 1면에 나온 사설은 북한이 어려움을 나타낸 표현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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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새로운 표현의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며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 내부 논조가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상황입니다. 2020년 코로나가 발생한 다음 북한이 상당히 힘들다고 체제 위기도 강조하고 ‘건국 이후 처음 맞는 국난’, 이렇게 과하게 표현했었는데 그 흐름이 최근 조금 이어지는 게 아니겠느냐,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북한 정권수립일인 오는 9일 열병식과 같은 대규모 행사 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는 정주년이 아니고 북한 북부 지방에 대규모 수해까지 발생해 대규모 행사는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도 지난 4일 올해 북한 정권수립일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 수해로 많은 사람들이 평양에 올라왔습니다. 집도 잃는 등 피해지역 주민들이 한지에 나앉은 상황인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병식, 평양군중시위 등을 하게 되면 주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9.9절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3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76주년 9.9절을 앞두고 임시 무대와 카메라, 조명 장비를 배치하는 등의 행사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