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 반입 물자 위생 검역 강화
2023.12.04
앵커: 최근 중국에서 반입되는 물품과 물자에 대한 북한 세관의 위생 검역이 강화됐습니다. 나선시 원정 세관의 경우 모든 물품과 물자를 소독한 후 열흘 정도 야외에 방치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품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원정 세관은 북한이 1991년 12월 정무원 결정 74호로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했던 나선시에 있는 세관으로 중국 훈춘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나선시에 중국인이 운영하거나 중국과 합작한 기업도 있어 원정 세관을 통해 적지않은 물자가 북한에 반입되고 있습니다.
중국 길림성 훈춘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코로나로 3년 반 넘게 막혔던 국경이 열려 조선(북한)으로 물품과 물자를 조금씩 들여보내던 중국 무역업자들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며 “위생 검역을 구실로 조선 세관이 모든 물품과 물자를 야외에 놔두고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야 반입을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조선 원정 세관에서 나선으로 들어가는 물품과 물자를 깐깐히 검열한 다음 소독약을 뿌려 야적장에 열흘 이상 방치한다”며 “훈춘에서 출발한 물자나 물품이 보름 넘게 도착이 지연되면서 무역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세관당국이 트럭에 실린 컨테이너를 땅에 내려놓은 후 검열을 한다”며 “컨테이너를 옮길 기중기차도 없는지 원정 세관의 요청으로 중국에서 보낸 기중기차가 세관에 머무르며 컨테이너를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올여름까지는 세관측이 컨테이너까지 내려놓게 하진 않았는데 요즘에 반입되는 물자가 증가하면서 컨테이너를 내려놓게 한 다음 천천히 검열을 깐깐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혹은 최근 중국에서 확산되는 폐렴을 우려해 검열과 소독을 강화하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위생 검역 기간이 끝나 반입 승인이 떨어지면 나선 현지 회사나 개인이 트럭을 구해 컨테이너를 실어와야 하는데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트럭을 구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물품이 긴 시간 야외에 방치되다 보니 분실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며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세관에서 발생하는 분실 사고는 다 세관 직원들에 의한 짓이 뻔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조선(북한) 대방(거래 상대)의 요청으로 나선으로 물품을 보내는 기업이나 무역업자들이 부피가 적은 물품을 여러 개씩 묶어 테이프로 감고 쉽게 뜯지 못하게 종이 박스를 2중으로 포장해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11월부터 세관의 위생 검역이 더 엄격해졌다”며 “위생 검역 강화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자와 물품이 오랜기간 야외에 방치되면서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진짜 소독약인지 맹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물품이 든 지함(박스)에 소독약을 얼마나 많이 뿌리는지 지함이 젖다 못해 속에 있는 상품까지 젖어 손상된다”며 “지붕도 없는 세관 마당에 방치된 물품이 비에 젖어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천 장사꾼은 심하게 얼룩진 천과 기성복을 받은 후 중국 대방에게 연락해 물품이 젖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매 물품을 비닐로 싸고 포장도 잘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위생 검역 강화와 관련해 중앙에서 무슨 지시가 있은 모양”이라며 “코로나가 종식됐다면서 왜 위생 검역을 이렇게까지 강화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