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매제’로 식량 통제... ‘칼로리 통치’ 시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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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식량 유통 독점을 시도하면서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어린이나 노인 등 취약 계층이 식량난을 겪고 있을 것이란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0년 동안 북한을 취재해 온 일본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28일 서울에서 북한 내부상황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이시마루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시장으로부터 식량 공급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이른바 ‘식량 전매제’를 실시했고, 이는 북한 내 취약계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수입이 급감한 지방 도시 주민들이 겪는 식량난을 당국의 식량 공급 통제가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 : 2020년 후반부터는 벌써 취약계층에서 큰 어려움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로 도시 주민들이었는데, 무역이 중단되면서 수출에 종사했던 이들의 수익이 없어진 것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개인과 민간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가 지난 2018년부터 이미 시도돼 왔지만, 코로나 방역을 구실로 더욱 강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국경봉쇄로 교역이 중단되고 비사회·반사회주의행위자로 몰린 ‘돈주’의 사업활동이 제한을 받으면서 도시 주민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시장에 중국산 상품 공급마저 끊기면서 큰 불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2020년 들어서는 생활필수품과 의약품 부족 현상이, 이듬해 중반에는 노인 세대와 편모 가정, 병약자와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아사자까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가 식량 유통을 독점해서 관리하려다보니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는 필연적으로 시장에서 식량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시도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난으로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과 함께, ‘먹여줄테니 말을 잘 들으라’며 식량으로 주민들을 통제하려는 이른바 ‘칼로리 통치’ 의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시장가보다 싸게 식량을 팔고 있는 국영 ‘양곡판매소’조차 지난 4월 이후로는 재고가 바닥나는 등 당국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올해 상반기 중국으로부터 10만 톤 이상의 쌀과 밀가루를 수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난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당국이 체제 유지에 필요한 평양 지역과 군, 돌격대, 군수공장 등에 우선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 :아사자가 계속 나오는데도 5~6월에도 양곡판매소의 판매량은 거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0만 톤의 식량이 우선적으로 줘야 할 대상에게 먼저 공급됐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마 평양시, 돌격대, 운수공장 등 우선 공급 대상에 먼저 간 게 아닐까, 지방에는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권력 안정화를 위해 식량 전매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동의하면서, 현 시점이 북한의 시장화와 배급제 복귀 가운데 하나를 택할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 정권이 권력을 위해 통제 및 국가의 배급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하려 한다는 것이 오 연구위원의 진단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독재정권은 식량 분배권을 쥐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주고, 지지하지 않는 이들에겐 덜 주는 것입니다. 즉 식량을 수입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의 식량 독점·통제 시도가 식량난·경제난으로 인한 북한 주민의 고통은 물론 당초 의도와 달리 권력 강화조차 이뤄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