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 주민들, 생명·재산 구해준 ‘부대이탈’ 군인들 처벌에 동정 여론
2023.07.19
앵커: 식량을 구하기 위해 잠시 부대를 이탈했다 장마철 큰물 피해 상황에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 군인들이 부대 이탈죄로 처벌을 받고 있는 사연이 알려져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 속에서 동정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양강도 혜산시 위연지구에 쏟아진 국지성 호우로 송봉동과 검산동의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 군인들이 처벌을 받고 있어 혜산시 주민들의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13일과 14일, 혜산시 위연 지구에 하루 4시간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졌다”며 “비가 한창 오던 14일, 잠시 부대를 이탈했다 때마침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검산동 주둔 8총국 군인들의 사연이 혜산시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평소 8총국 군인들은 도둑질과 약탈질이 도를 넘어 검산동 주민들 속에서 ‘토벌대’ 혹은 ‘마적단’으로 불리우고 있었다”면서 “그랬던 군인들이 위급한 순간에 생명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헌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혜산시 검산동에 있는 8총국 원유보관소 경비소대 2분대의 분대장과 병사 6명이 14일, 폭우로 위험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그들이 키우던 염소 세 마리까지 안전하게 보호해 주었다”며 “염소 세 마리를 구하는 과정에 두명의 병사가 팔과 다리를 심하게 다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군인들은 보초근무를 인계한 후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부대를 이탈했다가 옛 수매소 빈 건물에서 비를 피하던 중이었다”며 “그러던 중 골짜기에서 범람한 물로 살림집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즉각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주민들은 안전하게 대피시켰지만 해당 군인들은 불어난 물로 부대로 복귀할 수 없었다”면서 “물이 잦은(수위가 낮아진) 15일 새벽에 부대로 복귀했는데 분대장과 부분대장은 부대를 이탈한 죄로 지휘관들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그들은 혜산강철공장 주변에 있는 8총국본부 보위소대에 구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군인들이 부대 이탈죄로 구타당하고 구류까지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들이 처벌대상인지를 놓고 혜산시 주민들 속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군인들의 부대 이탈을 놓고 평소 강도질과 약탈질로 연명해야 할 만큼 식량과 생필품 보급이 열악했다는 점이 주민들 속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느라 부대로 제때 복귀하지 못한 군인들을 처벌하면, 앞으로 어떤 군인이 인민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겠느냐는 주민들의 원성도 거세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