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39호실, 김정은 먹을거리 시설 비밀 점검
2024.09.10
앵커: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김정은 일가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양강도의 만수무강 시설들을 비밀리에 점검하면서 시설 주변에 숲을 복원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일가의 건강과 먹을거리를 보장하는 사업을 만수무강 사업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만수무강 사업은 김정은의 비밀자금을 총괄하는 노동당 39호실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9호실 산하에는 평양시 룡성농장과 안주시 운곡목장을 비롯해 김정은 일가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전용 농장과 목장, 공장들이 있습니다. 양강도 역시 39호실 산하 혜산구루봉사업소와 혜산들쭉가공공장, 보천군 8호 농장과 삼지연 말사슴목장, 삼수군 꽃사슴목장과 같은 만수무강 시설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최근 노동당 39호실은 혜산구루봉사업소, 혜산들쭉가공공장, 보천군 8호 농장 등 양강도의 만수무강 시설들을 비밀리에 점검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중앙당 39호실 부실장 1명과 금수산총국 부국장, 금수산총국 지도원 2명으로 이루어진 검열성원들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사이에 양강도에 있는 만수무강 시설들을 비밀리에 점검했다”고 전했습니다.
“검열성원들은 5일, 양강도당 부장급 이상, 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이상 간부들을 불러놓고 총화 회의를 열었다”며 “회의에서 양강도당 간부들이 만수무강 시설들에 허가 없이 드나든 문제, 만수무강시설 주변의 산림 녹화가 되어 있지 않은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되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산림 녹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우선, 시설 은폐를 위해서 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만수무강 시설 주변은 대낮에도 사람들이 다니기 꺼릴 만큼 울창한 숲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시기 중국에서 식량과 맞바꾸기 위해 이곳에 있던 나무들을 무분별하게 베어냈고,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주민들은 뙈기밭을 일구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는 김정일 생전인 2004년부터 2005년 사이에 만수무강 시설 주변에 숲을 조성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었다”며 “하지만 뙈기밭 주인들이 밭을 이용하기 위해 어린 묘목들을 몰래 뽑아버렸고, 이후 산림 녹화를 위한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김정은 집권 후인 2013년부터 해마다 산림 복원을 한다고 떠들었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는 가까운 산에만 나무를 심었다”며 “만수무강 시설들은 사람들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장소들에 있다 보니 항상 나무를 심는 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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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9일 “지난 5일에 진행된 39호실 검열 총화 회의에서 도당 조직비서와 조직부장, 간부부장, 도 국토환경보호관리 국장이 비판 무대에 올랐다”며 “비판 무대에 오른 간부들이 얼마나 넋이 나갔는지 무릎을 끓고 검열성원들에게 용서를 구걸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다행히 엄중 경고를 받는 것에 그쳐 비판 무대에 올랐던 간부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며 “39호실은 권력이 막강해 도당 간부들 정도는 파리 잡듯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비판 무대에 오른 도당 조직비서와 간부부장은 구루봉사업소와 들쭉가공공장에 허가 없이 자주 드나들었고, 도당 조직부장과 도 국토환경관리국장은 만수무강 시설의 산림 녹화를 게을리 했다”며 “검열성원들은 구루봉사업소와 보천군 8호 농장의 산림 녹화를 특별히 문제 삼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검열성원들이 산림 녹화를 강조하는 이유를 먹을거리의 안전성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구루봉사업소는 김정은에게 올리는 양강주(술)와 감자당면을 생산하고, 보천군 8호 농장은 김정은에게 올릴 감자와 방울토마토를 생산한다”며 “그런데 구루봉사업소와 보천군 8호 농장은 주변이 온통 개인 뙈기밭인데다, 내부 부지에는 직원들의 뙈기밭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뙈기밭에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게 되면 인체에 해로운 화학성분이 만수무강 시설 내부로 침투해 김정은에게 올릴 먹을거리들을 오염시키게 된다”며 “오염된 먹을거리들이 김정은의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시설 주변에 숲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검열성원들의 요구”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검열 총화 후 양강도당 간부들만 따로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며 “올해 가을걷이가 끝나면 개인 뙈기밭을 모두 회수해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 회의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까운 몇 년 안에 시설 주변에 숲을 조성한다는 것이 양강도당의 대책”이라며 “만수무강 시설 주변의 산림 녹화는 김정은의 건강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양강도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적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