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돈세탁 기소’, 북중에 대한 경고 메시지”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0.06.01
bank_of_china_b 지난 2013년 조선무역은행 등 북한측 금융기관과 거래를 끊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행.
/AP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돈세탁 활동에 가담한 북한 국적자 28명 등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해 25억 달러 상당의 돈세탁 활동에 가담한 혐의로 수십 명의 북한과 중국 국적자들을 기소한 미국 법무부.

당시 북한 국적자 28명을 비롯해 모두 33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가운데, 미 법무부 차원에서 북한 국적자를 무더기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한 뿐 아니라 중국까지 겨냥한 것으로, 향후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조치의 저변에 대북제재의 효과가 중국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 미국 측의 판단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결국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입니다. 이번 제재는 북한인과 더불어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확실하게 경고를 하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본격적인 제재를 하겠다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박 교수는 미 정부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중국 금융기관 등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중국 측 대응에 따라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중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최근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북중 관계가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이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마저 느슨해지자 고삐를 죄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미중관계가 악화될수록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일종의 자산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정체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만큼 미국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의 대북정책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미국의 이번 기소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미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가 다수 확보돼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돈세탁을 한 사실이 이번에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고 계속 추적해오던 것 아닙니까. 그런 것들을 미 재무부가 차곡차곡 찾아내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실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강도는 점점 세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원장은 미국이 이번에 기소된 돈세탁 혐의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암호 화폐를 통한 돈세탁, 테러자금조달 활동도 들여다보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미 법무부와 재무부의 활동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법 집행행위이자 행정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독립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행보가 최근 5·24조치 완화·해제 가능성 시사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상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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