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식량난 농민에 현금∙식량 대출”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20.08.07
woman_cow_b 평양 교외 농촌에서 소를 끄는 북한 여성.
/아시아프레스

앵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면서 곤궁한 협동농장 농민들에게 현금이나 쌀 등을 무이자 대출 형식으로 빌려주는 한편 국가기관에서 곡물의 직매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직접, 봄부터 초여름 식량 부족기에 ‘절량세대’로 불리우는 기아에 빠진 협동농장 세대들을 지원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뜻밖에 국가 책임으로 농민들에게 현금 그리고 식량 현물을 농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주민들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에서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에서 (협동)농장의 현실에 대해 많은 위기감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이시마루 대표는 양강도 현지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지난 7월 초부터 이 지역 한 협동농장에서 ‘당의 배려’라며 전 세대에 북한돈 10만원, 즉 미화 약 12달러 씩 지급됐다며, 지난 십 수 년간 북한 내부를 취재하는 동안 국가 차원에서 협동농장 ‘절량세대’ 지원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봄부터 초여름에 걸친 ‘절량세대’의 식량난은 협동농장 간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해 왔지만, 올해는 이미 초봄부터 빈곤한 농민들이 영양 상태가 나빠 출근을 못하거나 생활고 해결을 위해 농장일을 저버리고 산나물과 약초 캐기에 나서면서 농장의 질서 유지에 지장이 생기는 등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후반 함경북도 청진시 근교 농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위원회가 나서 협동농장 전 세대에 중국산 쌀과 옥수수 총 18킬로그램에서 20킬로그램 가량을 대출해줬습니다. 농민들이 협동농장에 출근한다면, 가을 수확 후 무이자 상환 조건으로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현금을 지급받은 농장원의 경우 신발, 바지, 쌀 7킬로그램 등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다른 용도에 사용할 것을 우려한 청진 근교 농장에서는 식량으로 제공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곡창지대인 황해도를 포함한 전국적 조치인지는 알 수 없다며, 당국이 제공하는 쌀이나 옥수수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물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무역센터나 중국세관 무역 통계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4월 740만 달러 상당의 밀가루를 북한에 수출했고, 중국은 4월에 157만 달러, 5월에 900만 달러, 6월에 1천만 달러 상당의 밀가루를 북한에 수출했는데 지원인지 수출인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시진핑 주석 방북 1주년을 맞는 지난 6월에도 쌀 60만톤과 옥수수 20만톤이 지원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군이나 보위부, 당일꾼, 평양시민 등 체제유지를 위한 우선적 배급 대상 이외에도 식량의 생산자인 협동농장 농민에게 대출할 식량의 여유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함경북도 무산군 등에서는 지난7월 초부터 국가기관인 쌀 판매소에서 중국산 쌀과 러시아산 밀가루를 장마당 가격보다 약간 싼 가격에 직매를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김정은 정권은 경제를 시장화하고 거꾸로, 반대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많이 취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지금 이런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을 이용해서 국가통제를 하려고 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가가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지원 받은 식량을 활용해 현금 수입을 올리는 한편, 식량 유통에 대한 국가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식량생산이 어느 때보다 잘 되었다고 공언했는데 극심한 식량난이 있다면 협동농장 생산 곡물을 당국이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고 있거나 비료나 도구의 부족 등 제도상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전체 노동력의 1/3이 농민인데 미국이나 한국 등의 경우 불과 100명 중 한 명이 농민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이론적으로, 북한 농민 한 명이 생산한 식량을 세 명이 먹고,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생산된 식량을 농민 한 명 당 100명이 소비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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