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놀란드, “남한-싱가포르간 개성공단 제품 합의는 합리적 타협안”


2004.11.29

남한과 싱가포르가 29일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타결하면서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서도 남한산 제품과 똑같이 특혜관세를 부여하되, 남한산으로 표기하지는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Marcus Noland)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이 같은 두 나라간의 합의내용은 합리적인 타협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 사진 -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노무현 남한 대통령과 리시엔룽 싱가포르 총리는 29일 라오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간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음을 선언했습니다. 두 정상은 라오스에서 동남아국가연합과 남한, 중국, 그리고 일본이 참여하는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싱가포르는 금년 말까지 자유무역협정에 최종 서명해서 내년 중에는 협정을 발효시킬 예정인데, 두 나라간 상품과 서비스 무역 그리고 투자의 자유화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정타결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두 나라가 북한 경제특구에서 생산된 제품이 남한을 통해 싱가포르에 수출될 경우 남한산 제품과 똑같은 특혜관세를 부여하는데도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남한 기업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먼저 남한에 무관세로 반입한 뒤에 다시 낮은 관세만 물고 싱가포르에 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남한과 싱가포르는 그러나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표기를 ‘메이드 인 코리아’ (Made in Korea) 즉 남한산으로 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원산지 표기방식은 앞으로 남북한이 추가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사항으로 남게 됐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민간경제 연구소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29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회견에서 남한과 싱가포르간의 이번 합의는 두 나라간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수용한 타협안이라면서, 미국정부도 같은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This ought to be regarded as a pretty reasonable compromise by most observers including US government. "

남한으로서는 개성공단 제품을 특혜관세 혜택을 받으며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은 것이고, 싱가포르로서는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남한산으로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개성공단 제품이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을 포함한 제3국에 재수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웠다는 게 놀란드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현재 북한산 제품은 남한산 제품과는 달리 미국시장에서 높은 관세가 매겨져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산 제품이 미국시장에서 팔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은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않은데다,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어서 교역상 가장 유리한 관세를 부과하는 ‘최혜국대우’ (MFN)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회주의국인 중국은 매년 이 혜택을 받고 있어 미국 시장엔 중국산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만일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산으로 표기돼서 싱가포르에 수출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제3국에 불법 수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놀란드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싱가포르가 국내 소비를 목적으로 개성공단 제품에 특혜관세 혜택을 주면서 수입하는 것은 주권사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특별히 우려를 제기할 성격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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