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행사 강제동원에 북 주민들 불만
2023.07.26
앵커: 북한 당국이 ‘전승 70돌’(7.27) 행사준비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행사 준비에 강제로 동원된 주민들 속에서는 각종 불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전기념일인 올해 7월 27일은 북한 당국이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로 선전하는 날입니다. 이날을 성대한 명절로 기념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행사 준비에 동원된 주민들 속에서 온갖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전승기념일 70돌 행사를 위해 아이(학생)들과 어른(성인)들 모두 행사준비에 동원되고 있다”며 “여기에 인민군대 지원, 마을 꾸리기를 비롯해 온갖 사회적 동원까지 겹쳐 정말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행사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당국은) 사람들을 들볶고 있다”며 “인민반별로 아침 5시 30분부터 명절분위기 조성을 위한 위생사업으로 잔디 깎기, 공동변소 청소, 울타리 회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 별로는 행사준비와 함께 계급교양관 참관, 영화문헌학습이 진행되고 각종 구호판들과 벽보판 도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7월 20일부터 각 시, 군 별로 7.27과 관련한 벽보판 전시회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각 세대별로는 인민군대 지원을 위해 우리 돈 (북한 원화) 3천원(0.27달러)씩 바치고 있는데, 우리 돈 3천원이면 강냉이 1kg을 살 돈으로 가난한 집의 하루 식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야외에서 열병행진과 무도회 행사 훈련을 받는 학생들은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는 불평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장마당 장사로 식량벌이를 해야 하는 가정주부들도 무도회 연습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전승절을 앞두고 고원군에서는 읍 문화회관 앞에서 매일 여성들이 1시간(저녁7~8시) 이상 춤을 추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장마당 장사로 가족의 식량을 구해야 하는 주부들은 낮에는 장사하고 저녁에는 무도회 행사를 준비하는 데 동원되고 있어 ‘먹을 것도 안주고 춤추라고 한다’는 노골적인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6일 “전승절 70돌 정주년을 맞아 신의주 광장에서 내일(7.27) 야외 무도회가 저녁 7시~10시까지 진행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춤추고 노래하는 야외 무도회 정치행사에는 대학생 청년들도 있지만, 시 여맹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가정주부들도 동원된다”며 “’춤은 원래 즐겁고 흥이 나서 추는 것인데 강제로 (춤을) 추라고 하니 일을 하는 것보다 힘이 더 든다’는 반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양강도 주민 소식통은 “7월 27일 오전 6시부터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올리는 행사를 시작으로 8시부터는 각 시, 군 종합운동장에서 붉은청년근위대의 열병행진이 진행된다”며 “이어 공장, 기업소별로 축구와 배구, 농구 경기가 있다”고 명절행사 일정을 소개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청년동맹과 여성동맹, 직업동맹, 각 학교와 대학들에서 오후 2시부터 ‘조국해방 전쟁(6.25전쟁)’과 관련한 이야기 모임과 웅변대회가 진행된다”며 “저녁 6시부터 시, 군 종합운동장에서 청년동맹과 대학생,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군중무도회도 열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런 행사들을 위해 중앙에서 7월 27일을 휴식일로 정했다”며 “밤 10시부터 각 도 소재지에서 축포(불꽃놀이) 행사도 진행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