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탈북민 가족 등 ‘111호 대상’ 특별 통제
2024.08.12
앵커 : 북한 당국이 탈북민 가족이나 한국과 전화 연계를 가진 경력 있는 주민, 한국 드라마 시청 경력이 있는 주민들을 ‘111호 대상’으로 특별 분류해 감시, 통제하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이유를 불문하고 자국을 탈출해 해외에 사는 주민들을 반역자,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가족과 친척을 엄격히 감시 통제해 온 북한 당국이 최근 관련자들을 특별 대상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정황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탈북민 가족을 요시찰 대상으로 따로 분류하긴 했지만 이번 조치로 한국 관련자들을 한데 묶어 특별히 '111호 대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이후 점진적 국경개방으로 탈북증가 우려 속에 경색된 남북관계 등을 반영한 조치로 추측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당국이 한국과 연계 있는 사람과 그 가족들을 ‘111호 대상’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111호 대상'에서 111의 의미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과거 비슷한 사례를 보면 지도자가 관련 지시를 한 날짜, 관련 대책이 취해진 날짜 같은 것을 수자로 표기해 명칭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111호 대상’은 남한으로 탈출한 사람의 가족이나 친척 또 탈북 시도를 했던 사람, 남한과 전화 연계를 한 사람 등 남한과 연관돼 적발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111호 대상’에 속하면 간부 문건(서류), 당원 문건, 주민 등록 문건 등 각 개인의 정보를 담고 있는 문건에 별도로 표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 7월 초 간부 등용 대상으로 선발된 친구가 신원확인 과정에서 먼 친척이 ‘111호 대상’에 속한 것으로 확인돼 간부 사업(간부 임명을 위한 신원 조회 과정)이 중단됐다”며 그 과정에서 ‘111호 대상’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가족이나 친척 중 ’111호 대상’이 있으면 노동당 입당, 간부 사업(등용) 등 모든 게 끝인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11호 대상’이 언제부터 정해졌는지 묻는 질문에 소식통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2020년경 월남 도주, 비법 월경 등 남한과 다른 나라로 탈출한 사람들에 대해 집중 조사를 했는데 그 이후 정해진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는 특히 “‘111호 대상’에 속하면 보위부와 안전부 감시 통제 대상 1순위”라며 “특이한 동향은 물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과 전화 도청 등 이들의 모든 것이 철저히 감시된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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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111호 대상’에는 행방불명, 비(불)법월경, 중국 손전화 사용, 한국 영화나 녹화물 등을 보다가 처벌받은 사람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행방불명된 사람과 비법월경자까지 ‘111호 대상’에 속한 건 고난의 행군 이후 행방불명된 사람 중 한국에 간 사람이 많고 현재 중국에 살고 있거나 중국과 전화하고 밀수를 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한국으로 도망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들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 영화나 노래 출판물 등을 많이 접촉한 사람도 이미 반동사상문화에 물 젖었다고 보고 ‘111호 대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북한 내부 지시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정치범 관리소(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을 모두 처리하게(죽인다는 뜻) 되어있는데 ‘111호 대상’도 이들과 함께 우선 처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최근 당국이 남한에 대한 비방 선전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는 동시에 남한과 관련한 모든 것을 차단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남한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