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주민들, 보릿보개 멀었는데 벌써 식량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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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직 봄이 멀었는데 벌써부터 양강도의 읍 주민들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식량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다 근로자들이 월급을 못 받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를 앞두고 진행된 북한의 노동당 제8기 11차 전원회의, 회의에서 북한은 지난해 알곡 생산량이 107%로 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양강도의 읍에 사는 주민들은 벌써부터 심각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아직 보릿고개가 멀고 멀었는데 양강도의 읍 주민들은 벌써부터 먹을 것이 없어 점심 한끼를 건너 뛰고 있다”며 “도 소재지인 혜산시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인데 읍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고생이 심하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엔 도 소재지인 혜산시를 비롯해 2개의 시와 10개의 읍, 농촌으로 불리는 58개의 노동자구와 151개의 리가 있다”며 “양강도의 인구는 55만명가량인데 그중 농업 인구는 25만여명, 공무원을 비롯한 노동 인구는 30만여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동 인구 가운데 읍에 거주하고 있거나 노동자구에 거주하는 인구는 12만명 정도인데 그중 식량난이 심한 사람들은 읍에 거주하는 5만명 정도의 근로자들”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의 10개 읍 가운데서 현재 식량난이 제일 심한 곳은 보천읍과 김정숙읍”이라며 “양강도에서 삼지연시와 대홍단읍, 보천읍과 김정숙읍은 혁명전적지 지역으로 주변의 산이 모두 특별보호림으로 지정돼 주민들이 뙈기 밭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지연시와 대홍단 읍은 혁명전적지 구역에 속해 있지만 삼지연시의 경우 사망한 김정일의 고향으로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팔아주고 있다”며 “대홍단군은 농업이 발달한데다 감자 농사가 워낙 유명해 읍에 사는 주민들도 아직은 식량 여유가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보천읍과 김정숙읍에는 먹을 것이 없어 출근을 못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며 “보천읍과 김정숙읍보다는 낫지만 양강도의 다른 읍들도 먹을 것이 없어 출근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거름 생산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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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9일, 황해남도의 여름 홍수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북한 고아들이 영양실조 징후를 찾기 위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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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4일 “지난해 1월,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을 2,500원(0.11달러)에서 3만원(1.42달러)으로 올린 뒤 모든 생필품 가격이 두배 넘게 뛰었다”며 “지난해 1월, 장마당에서 kg당 5천원(0.23달러)이던 입쌀 가격은 현재 8천500원(0.4달러)으로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월급은 올랐다고 하지만 공장기업소의 90%가 생산을 못하다 보니 근로자들은 월급을 받을 수 없다”며 “생산을 못하는 기업소의 근로자들은 매일 거름 생산에 동원되는데 거름 생산은 월급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무임금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배로 올랐는데 월급은 만져도 못 보니 근로자들은 장사나 뙈기 밭 농사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며 “그런데 읍에 사는 사람들은 장사 거리가 마땅치 않고 뙈기 밭 농사도 넉넉히 짓기 어려워 정상적으로 끼니를 에우기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서 군 소재지인 읍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해주고, 공업과 농업을 이어주는 거점으로 불리고 있다”며 “인구가 5천명 정도인 읍에는 지방 예산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과 지방공업공장의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지방공업공장들이 생산을 못하다 나니 지방 예산이 없어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원료와 자재, 전기가 없어 지방공업공장들이 생산을 못하니 읍에 사는 노동자들은 월급을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럼에도 국가는 도 소재지에 있는 ‘양곡 판매소’에만 식량을 공급해 줄 뿐, 읍에 있는 ‘양곡 판매소’에는 단 한 그램의 식량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해마다 읍에 사는 주민들 속에서 식량난으로 인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김정은의 20x10 정책은 해마다 20개의 읍에 지방공업공장들을 세워 10년 안에 읍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을 도시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정책”이라며 “그러나 정작 읍에 사는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는데 지방공업공장이 왜 필요하냐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양강도에서 보릿고개는 3월부터 4월 사이인데 월급 인상의 영향으로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배로 오르면서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보릿고개가 시작되었다”며 “국가적 대책이 없다면 당장 2월부터 읍에 사는 주민들 속에서 아사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