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힐링캠프를 가다] “탈북자 정착의 시작은 마음의 치유부터”

경기 가평-노재완 nohjw@org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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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참가자들이 정신건강 전문의와의 만남을 갖고 있다.
힐링캠프 참가자들이 정신건강 전문의와의 만남을 갖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앵커: 탈북자 정신 건강에 대한 한국 의료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탈북자 정신 건강을 돕기 위한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자연 속 힐링 캠프가 열렸는데요.

그 현장을 노재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17일 오전 경기도 가평에 있는 잣향기수목원. 버스에 내린 탈북자 30여 명이 힐링 캠프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20~30대 청년부터 60대 이상의 노년까지 다양합니다.

서울의료원 공공의료팀 관계자: 홍길표 씨는 5조이고요. 5조의 민들레 맞으세요? 여기 이름표 받으세요.

기자: 어디서 오셨어요?

강옥 탈북자: 서울 관악구요.

기자: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강옥 탈북자: 동부하나센터에서 문자로 이런 행사가 있다고 알려줘서 오게 됐습니다.

힐링은 몸이나 마음의 치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요즘엔 정신 건강의 또 다른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생긴 정신적인 압박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시가 서울의료원과 손을 잡고 3년째 탈북자 힐링 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김희정 서울의료원 공공의료팀 차장: 막상 남한에 오시면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고.. 주로 우울감이나 불안감 증세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분들의 정신 건강을 돕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참가자 등록이 끝나자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힐링 캠프의 첫 시작은 참가자들의 심리적 상황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 설문지 작성 다 하셨어요? 마지막 이거 하나 더 하셔야 합니다.

김명철 탈북자(가명): 이건 무슨 말이죠?

서울의료원 관계자: 그러니까 욕구와 필요성에 따라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겁니다.

김명철 탈북자(가명): 환경을 어떻게 바꿔? 못 바꿔..

서울의료원 관계자: 그러면 여기에 표시하면 됩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탈북 과정에서 생긴 홧병과 우울증으로 한국에 와서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중국에 살다가 2년 전 한국에 온 탈북자 김영애 씨는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 북한에서 버림받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합니다. 김 씨는 북한에서 겪은 고초와 마음의 상처가 남아 지금도 가끔 악몽을 꿉니다.

김영애 탈북자: 저는 혼자 막 울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도 ‘내가 여기 한국에 와서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설문지 작성이 끝나고 정신과 의사의 특강이 이어집니다. 서울시의료원에서 오랫동안 탈북자 정신 건강을 연구해 온 이해우 박사는 “탈북자 정착의 시작은 마음의 치유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이해우 서울시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내 마음의 상태를 알기 위해선 내가 지금 무엇이 힘든지를 스스로 알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내 감정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강연 내용을 공책에 일일이 적는 등 열성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강연 후 질문도 이어집니다.

이정숙 탈북자(가명): (언니가) 본인 스스로 노력해서 (정신 질환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요. 언니는 나중에 60~70세가 되면 이 병이 또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참가자들이 잣숲을 거닐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잣숲을 거닐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다음 순서는 조별활동. 조별활동은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한 의사소통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탈북자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자신감을 먼저 회복시켜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숙정 한겨례심리상담센터 소장은 말합니다.

강숙정 한겨레심리상담센터 소장: 자기 얘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들어보고.. 동시에 내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조별활동을 마친 탈북자 윤미정(가명) 씨는 심리상담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며 만족감을 표시합니다..

윤미정 탈북자: 제가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내 속에 있던 말을 했습니다. 터놓고 나니까 좀 후련하기도 하고..

최고의 힐링은 바로 자연! 참가자들은 잣숲을 거닐며 몸과 마음을 정화합니다.

이인자 경기도잣향기푸른숲 해설원: 숲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치유 효과가 있습니다. 숲에 왔을 때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는 거죠.

짙고 푸른 숲, 맑은 공기를 들여 마시며 걷다 보니 근심과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운 희망에 가슴이 벅차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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