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형식적인’ 변호사 있다

워싱턴 - 노정민 nohj@rfa.org
201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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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 중인 남한 국민 김국기 씨가 자신의 죄를 읽는 모습.
북한에 억류 중인 남한 국민 김국기 씨가 자신의 죄를 읽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에서도 형사 재판에 변호사가 입회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28일, 최근 북한 교도소를 출소한 경제사범의 말을 인용해 “재판에 판사와 검사가 등장하고 변호사와 증인이 참석하는 등 기본적인 형식과 절차를 갖추고 있지만, 변호사는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교화소에서 2년간 복역한 이 경제사범은 재판에 앞서 예심을 받았으며 일반적으로 예심과정은 2~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또 보안서는 예심에서 얻은 자백서와 증거 등을 자료화해 재판소에 제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재판과정과 관련해 이 경제사범은 “판사와 검사 등 5명이 참여했고 증인과 변호사도 있었다”며 “하지만 방청인이나 가족들은 참가시키지 않고 재판할 대상자를 여러 명 모아놓고 한 번에 재판을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도 자백한 내용만 읽어주고, “공화국형법 ‘몇 조 몇 항’에 의해 몇 년 형의 교화형에 처한다”는 판결만 내릴 뿐, 변호인은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었다”는 것이 당시 재판을 받은 경제사범의 설명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말입니다.

[Ishimaru Jiro] 흥미로운 것은 변호사가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전에도 재판에 변호사가 입회하게 돼 있다고 들었어요. 그 당시에 변호사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은 전혀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변호사는 있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고 형식적이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과거에도 재판 중에는 꼭 변호사가 입회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는 올바른 사법절차의 부재와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국제사회에 대한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Ishimaru Jiro]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하면서 (재판에) 변호사는 꼭 입회시켜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형식적이지만, 변호사가 법정에 왔다고 하니까 ‘변호사 없이 재판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형식적이라도 변호사를 입회시키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재판에 변호인이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범 수용소’나 ‘노동단련대’ 처벌과 같이 재판 절차 없이 즉결 처리되는 범죄는 변호인이 필요 없지만, 탈북자나 단순 월경으로 체포된 사람 등은 형사법으로 처리돼 형식적이나마 변호인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재판에서 변호인을 고용하며 사법절차의 조건과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가족과 방청인의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가 하면 여러 사법 대상자를 한꺼번에 일괄 처리하는 것 등은 여전히 북한의 사법제도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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