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북한 인권 실상 전파하는 가장 큰 스피커 될 것”
2023.08.30
앵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전파하는 가장 큰 스피커, 즉 확성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주최로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3 한반도국제포럼(KIF)’.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문승현 통일부 차관이 대독한 기조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 핵 문제만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 인권 실상을 전파하는 가장 큰 스피커이자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 북한 내부의 경제ㆍ사회적 실상을 조사ㆍ분석해 가감없이 자료를 발간하고 공유하겠다”고 밝혔고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작성에 적극 협력하고 유엔 서울인권사무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유엔의 북한인권 메커니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국경 개방에 따른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 김영호 장관은 “중국 내 탈북민들이 국제 규범에 따라 인권을 보장 받고 한국 등 본인이 희망하는 국가로 입국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중국 정부에게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문승현 통일부 차관 대독): 우리 정부는 물론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NGO가 함께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널리 알리고 관련 가해자는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인권 실상을 전파하는 가장 큰 스피커이자 허브가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북한이 매달리고 있는 국방력 강화는 체제 안전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뿐”이라고 경고했고 “사이버해킹, 무기거래, 해외 노동자 파견, 해상밀수 등 모든 불법적인 외화벌이는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 아래 철저히 추적되고 차단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은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로 여기고 동포애적 관점에서 가능한 모든 선의를 베풀었지만 북한은 호의를 핵개발로 되갚았다”며 “단기적 성과ㆍ보여주기식 관계를 추구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편적 가치ㆍ원칙에 기반해 건강한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영호 장관은 “정부는 남북대화와 인도적 지원에 열린 입장”이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협상에 나선다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특별 강연에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인권 공개회의에 참석해 북한 실상에 대해 증언했던 탈북민 청년 김일혁 씨가 나섰습니다.
김 씨는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정권을 유지하는 것에만 연연하며 핵을 만들고 선전 선동하며 이를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일혁 씨는 자신의 가족이 한국으로 간 것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모가 북한 보위부로부터 고문과 구타를 당했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밝히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더 이상 이러한 비인륜적인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지 않고 북한 사람들도 자유를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고 북한 사람들이 외부의 정보를 계속해서 접하면서 깨어나기를 기대했습니다.
탈북민 청년 김일혁 씨: 고모의 죄는 한국으로 가는 오빠의 가족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때 고모에게는 3살 된 딸과 5살 된 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런 비인륜적인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를 북한 사람들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날 화상으로 기조연설에 나선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핵무장한 북한은 핵무기가 없는 경우보다 한반도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핵무기는 억지수단이지만 평상시 적을 강압하는 데에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고 “북한이 자체 핵 억지를 보유하고 있어 현재 중국이 안보 제공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이와 함께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있고 미국과도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고 “한국이 자체 핵 억지를 보유한다면 한반도가 더욱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핵무장한 북한이 오히려 한반도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에 대해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ㆍ보유는 역내 불안정성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한반도 내 핵 사용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샤오허 교수 또한 “한국전쟁 이후 50년 동안 한반도는 상당히 평화적이었다”며 “이러한 평화는 핵무기가 없이도 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호령 센터장은 “(1995년ㆍ2005년) 월츠, 세이건의 핵 안정ㆍ불안정 논쟁이 생각난다”며 “독재체제가 핵을 가질 경우 굉장히 불안정할 수 있다는 세이건의 지적을 지금 북한 체제와 관련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북한을 향해 국제기구 인력의 재입국을 허용하라고 촉구했고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북한인권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기조 강연에서 “계속해서 증언을 수집하고 이를 한국, 유엔 등에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국제포럼은 세계 각국의 정부 관계자, 석학 등을 초청해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한 지혜를 모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한국 통일부가 2010년부터 개최해온 국제회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