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발표 앞둔 풍계리 탈북민 신검...북 핵실험 따른 피폭 증명 주목

워싱턴-진민재, 정영 chinm@rfa.org
2024.02.06
결과 발표 앞둔 풍계리 탈북민 신검...북 핵실험 따른 피폭 증명 주목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 연합뉴스

앵커 : 한국 통일부가 지난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출신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 전수검사를 실시했지만 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관련 검사를 진행했지만 표본 수가 너무 적어 검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은 뒤 5년 만에 세 번째 검사에 나섰는데 지난 연말로 예정됐던 발표가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입니다. 보도에 진민재 기자입니다.

 

[이미영] 빈혈이 너무 심하고 아무튼 두통은 두통약이 없으면 안 돼요. 두통약도 보통 두통약은 안 들어요. 제가 MRI, CT 다 찍어 봤어요. 머리 아픈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하루에도 몇 번씩 원인 모를 두통이 격하게 찾아와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탈북민 이미영(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이 씨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으로부터 70(27km)가량 떨어진 지역에 살다가 2016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아파도 병원 한번 가기 힘든 북한을 떠나와 체계적인 의료 시설을 갖춘 한국에서 8년째 살고 있지만 이 씨는 여전히 두통의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이 원인 모를 두통의 원인을 방사선 피폭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핵실험장이 위치한 풍계리 일대 출신 탈북민 중 이 씨와 마찬가지로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길주군과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4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 검사를 진행한 배경 중 하나입니다. 이들이 받은 검사는 모두 세 가지로 전신계수기 검사, 소변 시료 분석 검사, 그리고 체내 누적 방사선 피폭선량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안전형 염색체 이상 분석입니다.

 

2017년 당시 검사자 10%에 해당하는 네 명이 안전형 염색체 이상 분석 검사에서 이상 수치가 나왔습니다. 정상적인 누적 방사선량 최소 검출 한계는 250mSv(밀리시버트) 이하인데 이상 수치가 나온 네 명 중 가장 낮은 수치가 279mSv, 가장 높은 수치는 394mSv였습니다.

 

또 2018년 검사에서는 40대 후반의 한 여성 탈북민이 안전형 염색체 이상 분석 검사에 누적 방사선량 수치가 무려 1386 mSv에 달했고, 이상 염색체도 59개나 검출됐습니다.

 

전세계적으로 1인당 연평균 자연 방사선 피폭 수치가 2.4 mSv이고, 화강암이 많은 지역에 사는 한국인이 평균을 살짝 웃도는 3.08mSv 수준인 것에 비하면 당시 검사를 받은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 방사선 피폭량은 일반인의 수백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핵 전문가들은 이러한 검사 결과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풍계리 출신 탈북민들의 2017년과 2018년 누적 방사선량 검사 결과를 확인한 박기수 고려대 안암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은 이상 수백 mSv 이상 수치는 일상생활을 통해서만 결코 나올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박기수 교수] 일반인 기준으로는 (피폭 방사선량의 최대 수치가) 1년에 1mSv 기준입니다. 일반인 기준으로 볼 때 (해당 검사자들은) 피폭을 상당히 많이 받은 거죠, 사실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방사선 작업 종사자 기준으로도 5년에 100mSv, 그리고 1년에 50mSv를 넘지 않는 게 권고 사항이거든요. 그러니까 방사선 작업에 종사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기준으로 해도 (풍계리 출신의 탈북민 분들은) 상당히, 상당히가 아니라 엄청 많은 피폭을 받는 게 맞죠. 제가 봤을 때는 뭔가 요인이 있는 거죠, 확실히. (검사 결과지에 나온 270mSv, 1389mSv) 그 정도 수치는 흡연이나 그런 걸로 방사선에 피폭된 수치는 아닙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당시 통일부는 검사 결과에 대해 피폭 수치가 높게 나온 네 명 중 두 명에 대해서만 피폭을 의심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마저도 대조군이 없고 표본 수가 적으며, 교란 변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핵실험 영향으로 이런 수치가 나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백태현 2017년 발표 당시 통일부 대변인] 교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북한에서의 거주환경에 의한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므로 핵실험에 의한 피폭 영향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향후 이와 관련해 탈북민들이 계속해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관련 조사 재개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20232, 통일부는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에 걸쳐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 인근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 전수조사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실시한 전수조사에 선정된 검사자는 모두 89명으로 20061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함경북도 길주군과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796명 가운데 희망자 80명과 기존에 검사했던 40명 중 방사능 수치 검사 등에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던 9명입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실시한 이번 검사에는 신규 방사선 피폭 검사를 비롯해 2017년과 2018년 검사 당시 이상 수치가 검출됐던 9명에 대한 추적 조사와 함께 핵실험으로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 식수원 조사도 추가됐습니다.

 

그런데 결과 발표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애초 분석을 거쳐 지난해 12월 말까지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해를 넘긴 상태.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문의에 통일부 대변인실은 “2월을 (검사 결과 발표의) 목표로 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지난해 검사에 참여했던 탈북민들에게는 결과가 통보됐습니다. 2018년에 이어 지난해 9월 방사선 피폭 전수검사를 받았던 이미영 씨는 방사선 피폭 수치가 270mSv에서 379mSv100mSv가량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씨를 정작 속상하게 하는 건 높아진 방사선 피폭 수치보다 협력 의료기관의 태도였습니다.

 

[이미영] 재검사 결과를 보고 (의료진이) 저한테 전화했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말이 원래 일반 사람들이 (방사선 피폭 수치 검사에) 2.0mSv 정도 나오는데 저는 이 수치보다 높게 나왔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고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으니까 정기 검진을 계속 받으라고. 그게 말이에요?

 

한국의 인권 조사단체이자 풍계리 핵실험과 관련해 방사성 문제의 위험성을 지속해서 알리고 있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통일부의 정확한 검사 결과 발표와 더불어 의료기관이 이상 소견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이들의 의료 상황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영환] (풍계리 출신 탈북민 검사자들의) 의학적인 검사 항목이 매우 많습니다. 많은 내용 중에 암 유발하고 관련돼 있는 징후를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요.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본적으로 검사 결과 수치가 나와 있는 것들을 인명화에서 의약계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조처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야 의학계가 나서서 이분들을 검사기관 외에 의학적인 치료 또는 후속 추적 조사를 진행하면서 의료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밀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지금은 필요한 단계입니다.

 

5년 만에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방사선 피폭 세 번째 전수검사가 핵실험으로 인한 북한 내 방사선 피폭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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