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탈북민 단체들이 지난 주말 서해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 200개를 북한으로 흘려보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으로 쌀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탈북민 단체, 사단법인 ‘큰샘’과 ‘노체인’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쌀을 담은 페트병들을 지난 주말 북한으로 흘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북 쌀 보내기 활동이었습니다.
단체들은 지난 주말 밤, 쌀과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를 담은 페트병 200개를 서해를 통해 북한으로 흘려 보냈습니다. USB에는 성경, 가요, 드라마, 언론 보도 내용 등을 포함해 외부 세계의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오 큰샘 대표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 활동을 멈추면 북한의 누군가는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에도 꾸준히 활동을 지속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박정오 사단법인 큰샘 대표 : 2015년 4월인가, 처음으로 하게 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다고 해서. 그럼 그 사람들을 일단 먹여서 생명을 구해야 될 것 아니에요. 그래서 보내게 된 겁니다. 우리는 이렇든, 저렇든 북한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한 명이라도 구해야 하니까 계속 보내게 된 것이고요.
정광일 노체인 한국지부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관련 법률 때문에 그동안 비밀로 진행했던 활동”이라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공식적인 활동이 재개됐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 대표는 “간조와 만조 시간대를 맞춰서 쌀 보내기 활동을 벌이고 있어서 대개 보름에 한 차례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북한으로 전단 및 물품 등을 살포하는 행위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그동안 대북 쌀 보내기 활동을 비공개로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달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금지법의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최근 활동을 공개한 것입니다.
사단법인 큰샘은 통일부 산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압박을 받던 지난 2020년 6월 한국의 수사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의 영향으로 대북 쌀 보내기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가 그 이듬해부터 대북 쌀 보내기 활동을 비공개로 전환해 진행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대북전단금지법에 저촉되는 행위에 대해 자제의 입장을 유지해 왔던 한국 통일부는 지난 5일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단 살포가 자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이 변경됐음을 밝히며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의 결정 취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를 거론하며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한국 통일부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남북관계발전법을 졸속으로 개정해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도 침해되고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