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중에 ‘북 여성 인신매매’ 문제 제기…“국제법 위반”
2024.05.23
앵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북한 당국과 중국 정부에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 문제를 제기하고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며 보낸 서한이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북한과 중국에 서한을 보내고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3월 22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가 최근 웹사이트에 공개한 해당 서한에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시오반 멀랄리 여성아동 인신매매 특별보고관, 마마 파티마 싱가테 아동성학대 특별보고관, 오보카타 토모야 현대 노예제도에 관한 특별보고관, 도로시 에스트라다-탕크 여성차별 실무그룹 보고관 등 5명의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서명했습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국에서 인신매매 등 성적 착취를 당한 북한 여성과 여아들의 인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이들을 북한에 강제송환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제 결혼, 성적 착취, 강제 노동 그리고 가사 노예 노동(domestic servitude) 등을 목적으로 중국으로 팔려간 북한 여성과 여아들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여성들은 지난 2001년을 시작으로 중국 농촌지역에 강제 결혼을 목적으로 대거 유입됐습니다.
북한 여성을 물색해 중국 각지에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 조직은 북한 출신인 포함 브로커, 통역사 등의 행세를 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형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20년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북한 여성들에게 ‘임시거주증’을 발급받을 것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은 강제 결혼 혹은 성적 착취로 인해 낳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중국에 남지만 이들이 강제북송될 경우 아이들은 어머니와 분리 당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충격을 받으며 고아원에 맡겨지거나 팔려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또 서한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북한에 강제로 송환될 경우 고문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상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 여성이 중국 남성에 의해 임신을 당한 채 북송될 경우 위험성 높은 낙태 수술을 당하는 경우가 있으며 기독교 단체나 한국 정부와 접촉한 경우 가혹한 처벌과 고문을 당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습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여성 대상의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실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증언해온 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탈북민자유연대 소속 이선희 씨의 말입니다..
이선희 씨 (지난해 12월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국회포럼’): 중국 땅에서 말할 수 없는 모욕과 희롱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실제 일입니다. 탈북민들이 산 현실은 저 북한 못지않고 가장 비열하고 악랄하고 잔인한 인권 박탈인 인신매매로 인해 가슴 아픈 일들이 무참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탈북 후 본의 아니게 중국인에게 팔려 강제 결혼을 당하고 자신이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아이들을 임신하고 북송 되면 북한 보위원들은 임신부들에게 반역자들이 개 종자를 가졌다고 짐승도 경악할 만행을 저지릅니다. 임신한 여성을 강제로 병원에 데려가서 낙태약을 먹여 강제 낙태를 시킵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북한 당국은 여성차별철폐협약, 아동권리협약 등 북한이 비준한 국제 협약이 보호하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 정부는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고문방지협약이 보호하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되며 자유권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상 규정을 어긴 것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서한에 지난 16일 답변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은 23일 오후 6시 기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이러한 서한을 받은 지 약 1개월 만인 지난 4월 말 강제북송을 재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9일 중국 정부가 지난달 26일 지린성과 랴오닝성에서 탈북민 60여 명을 강제로 북송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