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 ‘수입차 폐기 지시’ 이행 여부 조사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가 일본 자동차를 비롯한 수입차를 없애라는 지시를 이행했는지를 가리는 강도 높은 검열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정영 xallsl@rfa.org
2009.02.19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2월 초부터 수입 자동차를 없애라는 지시를 집행했는지에 대한 강도 높은 검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으로 자동차를 개조하거나, 군부대와 사업소에 차량을 등록하고 돈을 받던 기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북한을 왕래하는 중국 상인이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국방위원회는 자기네 지시문에 관해서는 잘 집행되지 않으면 도발행위로 보고 치거든요. 일정한 간부들에게 자기네 지표를 주었는데 이번에 임업총국으로 해서 제기된 게 많은데 거기 간부들이 처벌받고 그랬더라고요.”

국방위원회는 이미 2007년 2월 수입차들을 없애라는 지시를 전국에 내렸습니다. 당시 국방위원회 지시문에는 수입 승용차는 3개월 안에, 수입 화물자동차는 2년 안에 없애고 특히 오른쪽에 조향대(핸들)가 있는 일본 자동차들은 모두 폐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방위원회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배경은 수입자동차 대부분이 밀수로 들여온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 자동차를 보기 싫어하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최근 들어 북한군에 조달되는 원유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북한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외화 부족으로 북한이 원유를 수입할 수 없는 데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조금씩 들여오는 원유를 일반 수입차들까지 빼내서 운행하면서 군수용으로 쓸 원유가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국방위원회의 폐기 지시가 내려지자, 수입 차량 주인들은 자동차 기술자들에게 돈을 주고 차의 오른쪽 조향대를 왼쪽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조향대를 개조하자면 변속기를 비롯한 차의 일부 기관들을 완전히 뜯어고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비용 부담이 차를 회수 당하는 편보다 낫다는 타산이 섰기 때문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구역 수성 뜨락또르 공장과 청진 버스공장들은 북한 돈 100만 원(USD 300)가량 받고 조향대를 왼쪽으로 바꿔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주(車主)들은 이렇게 개조된 차들을 군부대 산하 외화벌이 기관과 힘있는 공장들에 등록하고 매달 북한 돈 30만 원가량을 바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방위원회 검열에서 조향대를 고친 수입 차량까지 모두 폐기 대상이 되자, 차 주인들은 “이제 북한에서 움직이는 차는 군대 차 외에 없다”면서 “살기도 어려운 때 차를 빼앗으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현재 북한에 있는 일본 차들은 수입차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인민경제에 주는 타격도 심각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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