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도퍼, “김정일 위원장 발언, 고무적이나 조건을 많이 달고 있어”


2005.06.17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7월중에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힌데 대해 미국은 회담복귀와 관련해 어떠한 전제조건도 거부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대학원의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 교수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고무적인 일이나 조건을 많이 달고 있어서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1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말했습니다. 회견에 김연호 기잡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음달에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태도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에 진전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조건이 많이 붙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전에도 북한은 조건과 분위기가 성숙되면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회담에 나오겠다고 했는데, 정확히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미국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북한을 침공할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는데요, 아직도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 더 남아 있는 겁니까?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미국이 북한을 다른 나라들처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겁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정상적인 나라로 인정하고 존중해 달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말인데요, 부시 행정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주기는 어려울 겁니다.

김 위원장은 핵문제가 해결되면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핵시설을 사찰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은 핵개발 계획을 아예 모두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 위원장이 무슨 뜻으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동영 장관을 통해서 전달된 내용이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과 3월에 핵보유를 선언했는데요, 김 위원장이 정 장관에게 한 얘기는 이 선언과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얘기인데, 북한이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주에 탈북자 출신의 강철환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40분이나 면담했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늦출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는데,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 복귀를 얘기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중요한 방문객들과 회담할 때 보면 북한관리들 중에서 김 위원장이 융통성이 제일 많습니다.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방문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사실 이건 당연한 일이죠. 김 위원장은 윗사람의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미국 정부도 김 위원장과 직접 접촉하기만 한다면 많은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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