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러시아서 우라늄 농축 원칙적으로 합의


2006.02.27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이란 핵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은 26일 우라늄 농축을 러시아 땅에서 하기로 러시아측과 원칙적인 합의를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란과 러시아는 우라늄 농축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를 러시아에 설립하기로 지난 26일 합의했습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키리엔코 핵 협상 대표는 합작회사 설립과 관련해 두 나라 모두 조직이나 기술, 재정상으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핵협상 대표인 골람레자 아가자데 원자력에너지기구 의장도 러시아측과 회담이 잘 됐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은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칙적인 합의만 나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부분에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란은 그동안 핵무기 개발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핵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고 경고해왔습니다.

중재에 나선 러시아는 이란이 핵개발 계획을 계속 보유하되, 우라늄 농축은 러시아 땅에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라늄은 어느 정도까지 농축하느냐에 따라 핵발전 연료로 쓰일 수도 있고 핵무기 제조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과정을 제3국으로 옮겨 투명하게 처리하면 핵무기 개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러시아의 제안입니다.

그러나 이란은 최근까지도 러시아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핵활동은 주권사항인 만큼, 남의 나라 땅에서 농축활동을 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외교협회의 핵전문가 찰스 퍼거슨 (Charles Ferguson) 박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 이란의 결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Ferguson: This is to be expected that we see a last minute development from Iran.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가 이달 초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기기로 결정하고, 오는 3월 6일에 열리는 정기 이사회 때까지 이란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논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란도 뭔가 성의를 표시해야 했다는 게 퍼거슨 박사의 설명입니다.

퍼거슨 박사는 그러나 이란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러시아에 완전히 이양하는 데는 국내정치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핵개발 계획이 국가적인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여겨지고 있어 국민의 지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입니다.

Ferguson: I think right now it's still very much nationalist issue in Iran.

따라서 우라늄 농축은 전문 회사에 맡기되 연구개발 활동은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퍼거슨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타협안을 바탕으로 이란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펼칠 것으로 퍼거슨 박사는 내다봤습니다.

러시아의 키리엔코 핵 협상 대표도 러시아는 3월초에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이란 핵문제를 유엔에 넘기지 말고 어떻게든 국제원자력기구 안에서 해결하자고 주장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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