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은 가능한가

자유 아시아방송이 세 차례에 걸쳐 보내드리는 일본인 납치문제 특집. <일본인 납치문제, 그 쟁점은 무엇인가>에 이어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은 가능한가>를 짚어 보겠습니다.
도쿄-채명석 xallsl@rfa.org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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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가 북한에 아직 남아있으며, 일본으로 귀국시킬 용의가 있다”는 뜻을 북한이 미국에 전달했다“는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로 일본에서 최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에 납치됐다고 일본 정부가 정식 인정한 17명, 김정일 위원장이 정식 인정한 13명 이외에도 일본인 납치 피해자가 더 있다는 막연한 소문과 추측이 사실 인 것처럼 보도된 때문인데요.

마치무라 관방장관은 즉각 “ 그런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통보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마이니치 보도를 부인하면서 “최근 납치 문제와 관련한 부정확한 기사가 어떤 의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지 매우 유감스럽다”고 불쾌감을 표명했습니다.

사실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북한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고 있는 일본인은 극소수입니다.

우선 사망한 것으로 통보된 피랍자 가족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가족이 북한에 살아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벌써 11년째 생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북한이 통보한 피랍자들의 사망 원인이 너무 부자연스럽고, 유골이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지금도 살아 있을 것이란 가족들의 믿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데요.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인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의 모친 사키에 씨도 딸의 생존을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만화영화 메구미---전 요코다 메구미의 엄마입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열심히 뭔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쉽게 내놓지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절대로 근거도 없이 언제 죽었는지, 어쩐지도 모르는 얘기는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정부가 테러 지원국 해제는 물론 식량과 에너지 지원, 대북 제재 조치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납치문제의 진전’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 진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허지만 고무라 외상은 작년 10월 “납치 생존자 전원이 귀국하면 납치문제의 대부분은 해결, 몇 명이 귀국한다면 납치 문제의 진전”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나카야마 교코 납치 담당 총리 보좌관도 지난 5월28일 “납치 피해자의 귀국 일정이 일본 정부와 북한 정부간에 구체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납치문제 진전 조건으로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북일 양국 정부가 적어도 납치 생존자 한 명 이상을 추가로 귀환시키기로 합의해야만 일본 정부가 말하는 납치문제 진전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얘기가 됩니다.

일본 정부는 또 한 명 이상의 피랍자가 추가로 귀환해야 미국의 테러 지원국 해제 결정을 수용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중유 제공 참가, 나아가서는 대북제재 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는 얘기인데요.

현재 일본 정부는 정식 납치 납치피해자로 12건에, 17명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간구원단체인 ‘구출 모임 전국 협의회’는 여기에 7명을 더해서 24명을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라고 단정하고 있고, 특정 실종자문제 조사회는 약 470 명의 실종자 명단을 등록하고 있는데요. 그 중 36 명이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인 피랍자가 북한에 추가로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긴데 요. 그러나, 대다수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납치 생존자를 추가로 귀국시킬지도 모른다는 억측은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가을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일본인 피랍자는 더 이상 없다”고 분명히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납치 생존자의 존재와 그들이 추가로 귀국할 확률은 대폭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2002년9월 일본인 납치를 정식 인정하고 사죄한 이후, 북일 관계가 오히려 크게 악화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인데요.

여기서 잠깐 일본정부의 납치 문제대책본부가 제작한 만화영화 <메구미> 에 실려있는 ‘메구미에게 바치는 노래’를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메구미에게 바치는 노래---메구미가 돌아오면 지금의 새로운 일본을 보여주고 싶고, 난 넓은 초원에 둘이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요. 여러분 아무쪼록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납치란 자유를 앗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 마세요.

그렇다면 북한이 테러 지원국 해제를 앞두고 또는 그 후속 조치로 납치문제의 진전을 위해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요.

우선 북한이 홍수로 유실됐다고 설명한 6명의 유골 일부를 일본측에 넘겨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다시 유골 진위 공방이 일어날 것은 필지의 사태입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성의를 보인다고 또다시 다른 사람의 유골이나 동물 뼈가 섞인 가짜 유골을 넘겨준다면 오히려 일본측의 반발만 사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북한이 납치 실행범들의 신병을 일본에 인계해 줄 가능성인데요. 일본 정부는 중국 요리 집 종업원 하라 타다아키, 납치 생존자 지무라 야스시 부부 납치에 관여한 혐의로 북송 간첩 신광수에 대한 체포장을 청구하고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공작원 김세호는 77년에 구메 유다카 씨를 납치한 혐의로, 공작원 최승철은 78년에 하스이케 가오루 씨 부부를 납치한 혐의로, 요도호 납치범 우오모토 기미히로는 83년 코펜하겐에서 아리모토 게이코씨를 납치한 혐의로 체포장이 청구돼 일본 정부로부터 신병 인도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맞서 탈북자들을 지원해 온 <북조선난민구원기금>의 가토 히로시 대표 등 일본인 7명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맞불 작전을 펴 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납치 실행 범들의 신병을 실제로 인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사망자들의 유골을 추가로 반환하거나 납치 실행범들의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이 적다면 북한의 남은 카드는 무얼까요.

코리아 국제 연구소의 박두진 소장은 일본측 진상 조사단을 받아들이거나 납치문제를 집중 논의할 실무 협의에 응하는 정도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두진---우리는 이미 끝났다고 보지만 일본이 그렇게 주장한다면 한번 만나보자. 즉 일본 진상 조사단을 받아들이거나, 실무협의 재개에 응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2002년9월에 방북한 일본 정부 진상조사단이 8명의 사망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얻지 못해 별 소득을 올리지 못했던 것처럼, 일본 정부의 새로운 진상조사단이 방북한다 해도 북한의 엉성한 기록, 무덤, 유골 관리로 진상 조사가 효과를 올릴 가능성은 없습니다.

납치 문제를 집중 논의할 북일 실무그룹 협의가 곧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 외무성의 사이키 아주 국장은 북한의 시간 끌기 작전을 봉쇄하기 위해 “설령 북일 실무 그룹협의가 개최되더라고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절대 미국이 테러 지정을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힐 차관보에 전달했습니다.

북한이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요도호 납치범 3명을 제3국으로 추방하는 형태로 일본에 송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합니다.

하지만 나카야마 교코 납치담당 총리보좌관은 28일 “그들은 일본인 납치문제와는 직접 관계없는 테러리스트들”이라며 그들의 송환과 납치 문제 진전과는 별개 문제라는 일본 정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나카야마 보좌관---테러 지원국 지정 해제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이 요도호 범들을 해방하더라도, 그들은 납치문제와 직접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대로 북일간에 납치문제가 더 진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지금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물론 납치문제의 진전 없이 북한이 테러 지원국 지정에서 풀려나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려는 미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을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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