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기자 회견 - 메구미 94년 4월 병원서 자살, 자신은 의거입국 주장


2006.06.29

28년 전 북한에 납치된 김영남 씨가 29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또 자신과 같은 납북자였던 일본인 처 요코다 메구미 씨는 자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북한 측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입니다. 서울의 이현주 기자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김영남 씨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전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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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영남 씨 - REPUBLIC OF KOREA OUT AFP PHOTO/POOL

이날 기자회견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자신이 북한에 입국한 경위와 자신의 전부인 요코다 메구미 사망에 대해 맞춰져 있었습니다. 우선 김 씨는 자신은 납북된 것이 아니라 북측에 의해서 구조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실종된 1978년, 선유도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선배와의 다툼을 피해 조각배에 잠시 몸을 피했는데, 깜빡 잠이 들어 바다에 표류하게 됐고 마침 지나가던 북한 배에 구조됐다는 것입니다.

김영남: 배를 타고 따라가는 쪽으로 갔습니다. 근데 후에 알고보니까 그게 북측 배였고, 내가 도착한 곳은 남포항이라 했습니다.

김 씨는 배에 타고 처음 북한 남포항에 내렸을 때는 두렵기도 해 잠도 못자고 밥도 먹지 못했으나 무료로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고 병원 치료도 돈 없이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집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에서 공부해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김 씨는 집안 형편에 대해서 말할 때는 동의를 구하듯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남측 어머니와 누나를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김영남: 여기서 공부 좀 하고 다시 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28년이 흘렀고 인생이 됐다.

김 씨는 특히 요코다 메구미씨 사이에서 낳은 딸, 은경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있고 집사람도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북한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남한에서는 1997년 서해에서 잡힌 북한 간첩선의 선원 김광현 씨에 의해 김영남 씨의 납치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김영남씨 자신의 전 부인인 납북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씨에 대해서는 어떤 주장을 했습니까?

이날 김영남 씨의 얘기는 기존의 북한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요코다 메구미 씨가 1994년 4월 병원에서 자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메구미 씨가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 뇌를 많이 다쳤다는 기억이 있다고 말해왔고 가정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전문 병원에 보냈지만 치료가 잘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메구미 씨가 딸을 낳은 뒤에 우울증에 정신 이상 증세까지 더해졌고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 씨는 이날 요코다 메구미 사망에 대한 일본 측 태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났습니다. 김 씨는 메구미 씨의 유골을 일본에 전해줄 당시 유골을 건네받은 일본 측 단장이 유골을 일본에 있는 메구미의 부모에게 전달하고 공표하지 않겠다는 자필 확인을 남겼지만 일본 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씨는 특히 일본 정부가 메구미의 유골을 검사해 이를 가짜라고 판명한 것은 남편인 자신과 메구미에 대한 모욕이며 참을 수 없는 인권 유린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일본 측이 메구미씨의 딸 은경씨를 일본으로 보내라는 요구에 대해서 "은경이는 메구미의 딸이자 나의 딸"이라며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또 스스로도 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후 4시부터 진행됐고 김영남 씨와 남측에서 온 영남 씨의 어머니, 누나가 함께 참석했습니다. 김 씨는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같은 시기에 납북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을 통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의 가족 문제를 이용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습니다. 그는 또 이에 앞서 열린 개별 상봉에게 어머니에게 휠체어와 팔순 생일상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또 고려청자와 산삼을 생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머니와 누나를 8월 아리랑공연 때 평양으로 초청해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라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 기자회견에 대한 남측의 반응은 좀 어떻습니까?

남한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김 씨의 기자회견은 예상된 대로였다, 기자 회견의 여러 부분이 상당히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속마음이 무엇이든 남한 정부는 이번 김 씨 모자의 상봉을 납북자 문제 해결의 계기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씨의 말입니다.

도희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원상복귀 송환의 대상이라는 명백한 원칙을 가지고.

또 북측에 대해서도 김 씨 모자의 눈물의 상봉에서 봤듯 이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사실 왜곡에서 벗어나서 한시라도 빨리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크워크 대표의 말입니다.

한기홍: 북측은 납치문제에 대한 관심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이나 거짓말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 같으나.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재확인했고 이것은 납북자 문제 해결이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을 재확인 시켜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영남 씨와 같은 시기에 납치된 납북자의 남쪽 가족들은 자신들의 가족도 하루빨리 생사확인을 하고 상봉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김영남 씨와 같은 시기인 1978년 8월 납북된 홍견표 씨의 동생, 광표 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영남 씨 가족의 만남으로 인해 형의 소식도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홍건표 씨는 요코다 메구미 씨의 딸 김은경과 남측 납북자 가족들과의 유전자 조사가 실시될 당시, 김영남 씨와 함께 유력한 후보로 점쳐져서 가족들이 유전자 검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홍건표 씨 가족은 이번 14차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위해 상봉신청서를 적십자사에 보냈지만 북측으로부터 생사확인불가라는 답신을 받고 크게 낙심해 있는 상태입니다.

서울-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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