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상점, 사치품 여전히 풍부’
2006.12.15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결의를 채택한 뒤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이 사치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평양의 상점에는 여전히 값비싼 수입 물건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3일 일본 교도통신의 현지 취재보도에 따르면, 평양 고려 호텔 상점에는 프랑스제 향수, 러시아산 보드카, 일본 술인 사케가 진열되어 있었으며, 시내 음식점에는, 외국산 맥주가 여전히 팔리고 있습니다. 또한, 엔화, 유로, 위안의 환율에도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한 외교관은 교도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제재 조치 이후에 귀국 교포들이 외국물건을 앞 다투어 사들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며,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평양의 상점에는 여전히 초콜릿이나 포도주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은 또한 일본산 담배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긴 했지만, 이는 유엔 대북제재에 따른 사치품 금수 조치의 직접적인 여파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 지원 단체 직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일본산 담배 가격이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3배 이상 올랐습니다. 통신은, 그러나 일본산 담배 가격의 상승은 사치품 금수조치보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 정부가 북한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금지시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월 중순 유엔의 대북제재조치가 채택된 직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로버트 칼린 (Robert Carlin)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과장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평양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Carlin: (...the street scene in Pyongyang is supremely normal, at this point, it certainly doesn't look to be a country that is either mobilized excessively or even in a perceptively different way, nor under special strain.)
“지금까지 모두 26번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핵실험 이후에도 평양 거리의 모습은 평소가 전혀 다름이 없었습니다. 전시체제에 놓여있다거나, 특별한 긴장상황 아래 있는 나라 같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평양의 모습에 대해 일본에서 북한 방송을 청취하고 감시하는 기관인 라디오프레스의 수석 분석가 스즈키 노리유키(Noriyuki Suzuki)씨는 교도 통신에, 수출품을 금지하는 대북 제재 조치가 북한의 엘리트층을 겨냥한 만큼, 평양시내에서는 그 효과가 크게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제출된 사치품 금수 항목 가운데 미국의 사치품 금수 항목이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합니다. 미국 정부의 60여개의 대북 사치품 수출 금지 항목에는 아이팟(iPod)이라고 불리는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소형 디지털 음향 기기는 물론, 값 비싼 오토바이, 운동 장비, 또한 벽에 걸린 대형 액자처럼 보이는 텔레비전, 고급 양주, 고가의 보석, 예술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싱턴-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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