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화웨이와 북한 손전화 (2)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0.02.24
koryolink_desk-620.jpg 북한의 이동통신사인 고려링크 평양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화웨이와 북한 손전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계 1위의 통신장비 회사, 한국의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의 지능형 손전화 생산업체. 중국 손전화 회사 화웨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미국은 이걸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가안보차원에서 화웨이 통신장비의 미국 반입을 막고 있습니다. 미국의 각종 정보와 자료들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08년말에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3세대 손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들여왔습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투자를 받아서 합작회사를 만들었지만, 정작 통신장비는 중국의 화웨이에서 들여온 겁니다. 그래서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손전화 서비스 현황을 중국이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북한의 손전화 사용자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손전화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가능할지에 대해 중국이 훤히 알고 있을 거라고 합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주장이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중국 화웨이를 통해서 통신장비를 들여오는 게 가장 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6년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를 방문한 사실에 주목합니다. 북한이 화웨이를 손전화 통신장비 공급자로 일찌감치 정해 놓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으로 첨단 통신장비가 합법적으로 들어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에는 수출통제규정이 있어서, 전략적으로 민감한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물자가 함부로 다른 나라에 수출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의 특별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한데, 외국기업들도 똑같이 이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개성공단이 생길 때 한국 통신사가 남북을 잇는 통신장비를 공단으로 가져갔는데요,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미리 받아야 했습니다. 미국 기술이 안 들어간 통신장비를 찾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화웨이가 북한에 보낸 손전화 통신장비들에도 미국 기술이 상당히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화웨이는 미국에 알리지도 않았고, 승인도 받지 않았습니다. 고려링크 서비스가 시작된 2008년에 이어서 2009년에도 북한에 통신장비를 팔았는데, 액수로 치면 모두 2천만 달러 가깝습니다.

화웨이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직접 북한에 팔지 않고 판다국제정보기술이라는 중국 국유기업을 중간에 세웠습니다. 화웨이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증명하는 내부문건이 나왔습니다. 판다국제정보기술이 화웨이로부터 통신장비를 넘겨받아서 접경도시 단동까지 가져가면, 북한이 기차로 평양까지 실어 날았다는 겁니다.

화웨이와 북한의 협력관계는 적어도 2016년까지 계속됐습니다. 통신망을 깔기 위해 필요한 기지국과 안테나에서부터 통신망 통합과 확장, 자동응답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들도 화웨이가 공급했습니다. 화웨이와 판다국제정보기술 직원들이 평양 김일성광장 인근의 호텔에 상주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명도 안 남고 모두 떠났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만약 화웨이가 북한에 계속 통신장비를 팔았다면, 미국의 수출규정 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도 위반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런 화웨이의 불법행위를 계속 추적해오고 있는데요, 지난 달에 대북제재를 어긴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했습니다.

북한이 감시망을 피해 손전화 통신장비를 몰래 들여오기는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그만큼 통신망 유지보수와 서비스 개선도 쉽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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