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보장 돼야 북한 내 의료 활동 재개 - 국경없는의사회

200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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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5년부터 3년간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벌였던 국제 의료지원단체 국경없는의사회(Medicins Sans Frontiers)는 북한의 지원활동 통제 등으로 인해 북한 당국과 빈번한 마찰 끝에 98년 북한에서 철수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철수 이후 북한 당국과 구호활동 재개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으나, 아직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마린 뷔소니에(Marine Buissonniere) 국경없는의사회 사무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경없는 의사회가 북한에 상주하는 3년 기간 동안 북한 당국의 감시가 심했다고 지적하셨는데요, 구호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활동제한을 받았었는지요?

Marine Buissonniere: 북한에 대홍수가 있었던 1995년, 북한 당국의 원조 요청으로, 처음 북한에서 의료 지원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주 기본적인 복구활동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당국의 활동 제한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진료활동을 진행하기가 상당히 힘들어 졌습니다. 통제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의료 지원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하시면서, 환자의 병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악몽이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환자들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던 것인가요, 아니면 환자들의 병력 기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서였나요?

MB: 병력의 기록 체계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상담을 통해 병력을 알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 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만나면 상담을 통해 현재 가지고 있는 증상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등을 알아보게 되는데, 저희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들은 진료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한을 받아, 진료상담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환자와 직접 상담을 할 수 없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가령 북한 관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질의응답을 했어야 된다든가?

MB: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직접 할 수 는 있었죠, 문제는 질문의 종류가 제한이 되 있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1차 진료를 마친 이후, 환자를 다시 만나 상태가 악화됐는지 혹은 호전 됐는지 등을 알아보는 게 아주 어려웠습니다. 환자들은 북한 당국에서 지정한 통역관과 동행해 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외국 구호단체들은 북한 주민과 접촉 시 자신들의 통역관을 데려갈 수 없으며 북한 당국에서 지정한 통역관들을 통해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보통 특정 지역에 들어갈 때는 북한인 안내자가 따라붙는 데, 안내자가 인도하는 곳으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행동허용 반경을 벗어나면 안 되죠. 그러나 통역관이나 안내자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환자에게 하는 모든 질문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지정된 통역관이나 안내자를 통해 우선 걸러진다는 것이 문제였죠.

국경없는의사회는 3년 동안 북한에 있으면서 의료상황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98년에 북한에서 철수한 이후 국경없는의사회의 부재로, 특히 의사회의 도움을 받던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다시 나빠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사회는 현재 북한 주민들의 건상상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요?

MB: 저희 국경없는의사회가 북한 의료상황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북한에서 벌인 구호활동에 대해 평가를 할 길이 없기 때문이죠. 이것이 의사회가 북한에서 철수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의사회의 의료지원 활동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도움은 됐는지, 최소한 그들 건강상태에 변화를 가져왔는지 조차 알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국경지역의 탈북자들과 얘기를 나눠본 결과, 전혀 개선이 안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건 체계와 의료품을 구한다거나 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 등은 말할 것도 없죠. 거기에다 열악한 위생상황, 물 부족, 모래가 가득한 우물 등, 북한의 의료상황은 너무나 부정적입니다.

29일 국제적십자사는 북한 당국이 외국 구호단체 직원들의 활동제한을 더욱 강화하면서,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국가와 외부 기관들이 대북지원을 보류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내왔다고 했는데요, 국경없는의사회도 의약품을 지원받는 기관들로부터 이 같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요?

MB: 그런 경고는 받아본 일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의료지원활동을 할 당시, 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많은 국가와 기구들에 의해 의료품을 지원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부자들이 북한 당국에 의한 의사회 활동 제한 수준을 기준삼아, 북한 주민에 대한 접근 제한이 강화되면 대북지원을 줄인다거나 하는 조건을 제시했던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지원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지원 물자의 분배 투명성 보장 등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면 북한으로 언제라도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까?

MB: 국경없는의사회를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접근해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고, 진료활동의 그들에게 미치는 효과나 영향 등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면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을 검토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같은 조건 중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습니다, 의사회의 원조가 북한주민들에게 직접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1998년 북한에서 철수할 때도, 저희의 구호 활동이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충성하고 있는 관리들을 원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철수한 이후 북한 당국과 의료 활동 재개를 위해 의견 교환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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