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성조기 옷’ 입은 대담한 여자 모델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19.10.09

앵커: 북한에 들어가 금지된 행위를 한 뒤 그것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어느 한 모델의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모르고 한 행위라기에는 너무 무모하고 위험하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브라질 출신 패션모델 리지안 구티에레즈(Liziane Gutierrez)가 자신의 개인 인터넷 사회적 연결망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이 큰 인기입니다.

모델 리지안 구티에레즈가 평양에 있는 김일성 광장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치마를 입고 있다.
모델 리지안 구티에레즈가 평양에 있는 김일성 광장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치마를 입고 있다.
사진-UNILAD 캡쳐

구티에레즈는 지난 여름 북한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사진, 그리고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얘기만 들어도 아찔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숙소였던 평양호텔 방 안에서 옷을 갈아 입다 알몸인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갈아입으려 했던 옷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형상화하고, 또한 미국을 나타내는 영문인 ‘USA’가 새겨져 있어 갈아입고 오라는 지적을 받았던 바로 그 옷입니다.

평양 지하철역에서는 맥주병을 들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김일성 광장에서는 술병을 들고 춤까지 춥니다.

특히, 평양의 만수대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동상을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과 겹치게 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티에레즈가 이렇게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은 모두 북한에서는 불법입니다.

한국의 탈북자 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북한의 지도자나 체제를 비난 또는 조롱하는 행위는 주민은 물론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엄중하게 처벌받는다고 말합니다.

정광일 대표: 북한에서는 '모심작품'이라고 하는데, 우상화물 있죠? 각 도,시,군에 있는 동상이라든가 영생탑, 우상화하는 선전구호 같은 거 있어요.  그런 것들을 훼손하려 하거나 그 앞에서 이상한 행위를 하면 바로 단속되고, 제지 당하고 체포돼서 끌려가죠.

하지만, 구티에레즈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 전자기기에 대한 검열을 받았지만 운 좋게도 통과됐다고 영국의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구티에레즈: 모든 사진을 휴대폰 안에 한군데에 모아놨었는데, (북한 보위부원은) 앞쪽에 몇 장만 살펴본 뒤 돌려줬습니다. (겁이 나서)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한편,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2015년 말에 여행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2016년 1월 평양의 양각도 국제호텔에 설치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고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뒤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끝내 숨지기도 했습니다.

관광객의 무모한 돌발행위는 관광객 자신의 안전은 물론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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