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추석 통해 빈부격차 더 실감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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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한식과 청명 문화 북한 주민들이 추석을 맞아 조상묘를 찾아 성묘하는 모습.
연합

앵커: 국경봉쇄 장기화에 따른 장마당 물가 상승으로 많은 북한 주민들이 시름 속에 이번 추석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과 돈주들의 명절 모습을 보며 빈부격차를 다시금 실감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3일 “추석날 부모님 산소에 갔는데 일부 사람들이 요즘 구하기 힘든 고급 식재료로 차례상을 준비해 온 것을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올해 추석은 태풍피해와 악성비루스 방역통제로 분위기가 잘 서지 않았고 물가가 너무 비싸 다른 사람들도 밥 한 공기와 술 한병, 그리고 남새(채소) 반찬 몇 가지로 간단히 차례상을 준비해온 것이 눈에 띄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군대에 갔던 아들이 제대해 왔기에 오랜만에 부모님 묘소에 같이 인사를 드리려고 고기 등 반찬거리를 조금씩 미리 준비했지만 수산물은 너무 가격이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악성 비루스의 영향을 받기 전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수준이라 돌아가신 부모님께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우리 부모님 묘소 옆 산소에 찾아온 가족이 차린 차례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돼지갈비는 물론 고급 수산물인 큰 문어, 그리고 구색을 맞춘 갖가지 음식들과 작년부터 보기 힘든 수박도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소식통은 “이들은 매번 젓가락 번호판(11을 가리키는 말)을 단 당기관 승용차를 타고 오는데 꽤 높은 당간부의 가족인 것 같다”며 “이전에도 그 가족이 차린 차례상이 우리와는 수준이 달랐지만 올해는 더더욱 차이가 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요즘은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며 “다른 때와 달리 올해는 농촌 사람들 대다수가 추석을 맞으며 고기나 수산물 가격이 너무 올라 남새와 산나물 위주로 제상을 마련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추석날 빗방울이 떨어지는 등 날씨가 안 좋아 조상님께 제사만 올리고 집에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며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가족 친척들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고 술 몇 잔과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마을의 상당수 집들이 추석에 조상님 제사상에 고기를 올려놓지 못했지만 오후내껏 창문을 열어놓고 불고기를 해먹으며 냄새를 피우는 집이 두 곳이나 있었다”며 “이들은 모두 해마다 추석 때 승용차를 타고 산소를 찾아오는 간부 친척이 있는 집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아무리 고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간부들이 먹을 고기는 따로 있는 모양”이라면서 “요즘 시내에서 주변 시선때문에 여럿이 모여앉아 냄새를 피우며 불고기를 해 먹기 눈치스러우니 추석을 구실로 조용한 농촌에 내려와 종일 파티를 벌리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간부들에게는 추석이 실컷 먹고 마시는 즐거운 명절이겠지만 우리 같은 농촌 사람들에게는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추석을 통해 기름과 물처럼 뚜렷해진 빈부의 차이가 얼마나 깊은지 다시금 실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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