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비사회주의 단속’ 포고문 훼손에 발칵"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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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질서와 해양 출입 질서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란 제목의 포고. 평양 시내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탄 차가 사고에 휘말렸다는 소문이 난 직후에 붙여졌다. 2015년 촬영.
'교통질서와 해양 출입 질서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란 제목의 포고. 평양 시내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탄 차가 사고에 휘말렸다는 소문이 난 직후에 붙여졌다. 2015년 촬영.
사진 - 아시아프레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단속하기 위해 공공장소마다 붙여 놓은 포고문 중 하나가 훼손되면서 당국이 발칵 뒤집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포고문에 대한 반발 또는 포고문 내용을 외국에 제공하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역 앞.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라는 제목의 포고문이 훼손되면서 보안서가 총동원돼 수색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19일에 게시된 포고문은 ‘자본주의적 경제 현상을 포함해 복장과 머리 모양 등을 엄중히 단속하는 것은 물론 중국으로 월경과 밀수, 마약 판매 등을 적발하면 엄벌에 처한다’라는 내용으로 비사회주의 요소를 위반한 자는 20일 이내에 자수할 것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양강도 혜산시 역 앞에 붙어 있던 포고문을 누군가가 뜯어가면서 보안서가 범인을 색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양강도 혜산시 역 앞에 있던 붙어 있던 포고문을 누군가가 뜯어갔습니다. 그래서 난리가 났는데요. 포고문은 한 마디로 김정은이 승인한 최고의 명령 문서입니다. 이것을 뜯어갔다는 것은 공안 사건이 됩니다. 그래서 보안서가 총동원돼 수색 중입니다.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포고문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고, 외국에 제공하려는 행위인지 동기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죠.

북한 당국은 최근 포고문을 통해 북한 내에서 자본주의 문화와 경제활동의 확산을 경고한 이후 길거리에서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검사하거나 시장 인근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폐쇄하는가 하면 고리대금 업자를 체포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포고문이 공개된 지난달 19일 이후 20일 이내에 자수를 촉구했기 때문에 자수 기간이 지난 요즘은 단속의 고삐를 더 죌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부 정보가 북한에 유입되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이 받을 영향을 미리 경계하는 것이 단속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실제로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한 40대 여성은 ‘아시아프레스’에 자신의 꿈이 “죽기 전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 가보는 것이라도 말했습니다.

이 여성은 자신이 몰래 본 한국 드라마에서 많은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는 것을 보고 ‘다른 나라 사람은 뭘 먹고 사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보고 싶지만, 자신이 북한에 있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며 체념했습니다. 반면, 파견 노동자로 외국에 다녀온 주변 사람은 ‘자본주의의 물’을 먹었기 때문에 외국 생활을 잘 알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북한 당국의 정책에 불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이 여성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여성] ‘파견 노동자’로 러시아와 쿠웨이트에 다녀온 사람이 있는데 우리와 다릅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물’을 먹은 겁니다. 그래서 당국이 하는 말에 ‘쳇’ 합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국민을 가급적 밖에 내보내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달 말에 있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주민에 대한 단속은 더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남북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질 수 있고, 한국 관련 정보가 유입되면서 동경심이 확산하거나 자본주의가 좋다는 사상적인 동요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 포고문까지 발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강력한 포고문까지 내걸면서 단속에 나선 것은 김정은 정권이 “외부 문화와 자본주의 현상을 허락하지 않겠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과 동시에 간과할 수 없을 만큼 북한 내부에 한국 문화의 영향이 널리 확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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