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다시 주목받는 ‘채문덕 사건’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3.12.26

앵커 : 한국에서 ‘심화조 사건’으로 알려진 김일성 주석 측근간부들 숙청사건은 실제 북한주민들속에선 ‘채문덕 사건’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잊혀졌던 ‘채문덕 사건’이 북한의 간부들과 주민들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처형한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에게 국가전복 음모까지 들씌웠지만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물론 일반주민들까지도 그런 선전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북한의 중간급 간부들이나 주민들은 장성택 처형사건을 1999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최측근들을 숙청한 ‘채문덕 사건’과 닮은꼴로 생각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한 간부소식통은 “‘채문덕 사건’은 당시 중앙당 조직지도부 리제강 부부장이 주도한 사건”이라며 “김일성이 생애말년 자신의 측근들 앞에서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운 것이 최대 실수’라고 한 말이 화근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 주석 사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김일성 최측근 간부들속에서 불만이 높아지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직지도부 부부장 리제강을 시켜 김일성의 측근들을 제거한 이른바 ‘채문덕 사건’을 만들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 사회안전부(인민보안부) 정치국장 채문덕이 장성택의 지시를 받아 김일성 측근들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장성택은 채문덕을 처형해 버림으로써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사건을 종결시켰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측근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웠던 장성택이 그들을 제거하는데 앞장서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 사건의 전개과정은 ‘채문덕 사건’을 꼭 닮은 꼴”이라며 “결과적으로는 김정은이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아버지 김정일의 측근들을 모조리 뿌리 뽑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회안전부 총정치국장 채문덕을 내세워 김일성의 측근들을 모조리 제거한 후 나중에 채문덕까지 처형한 것처럼 이번 사건도 꼭 같은 흐름을 타게 될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소식통도 “장성택 처형사건은 과거 ‘채문덕 사건’을 그대로 닮았다는 게 내 주변 사람들의 일치한 생각”이라며 “중앙에서 아무리 장성택을 나쁘게 선전해도 사람들은 장성택을 억울한 희생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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