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뉴욕 필 공연, 북 체제선전용 불과”

1998-02-26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서울-노정민 xallsl@rfa.org

미국의 뉴욕 필 교향악단이 어제 북한 평양에서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등 큰 관심을 끈 이번 공연은 1500석을 가득 메운 북한 관객들은 물론 남한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습니다.

new_york_philharmonic_defector_150.jpg
공연이 끝난 후 꽃다발과 함께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뉴욕 필의 음악감독. AFP PHOTO/Mark RALSTON

공연이 열린 동평양 극장에 나란히 걸린 북한의 인공기와 미국의 성조기 처음으로 북한에서 울려 퍼진 미국 국가 그리고 교향악단의 공연이 끝나고 멈출 줄 몰랐던 북한 관객들의 기립박수 등 이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지켜본 탈북자들은 이번 뉴욕 필 교향악단의 공연이 김정일 체제의 선전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희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에게는 뉴욕 필 교향악단의 공연이 평소에 늘 있어왔던 외국인 초청 공연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은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는 뉴욕 필 하모닉 교향악단의 평양 공연 객석을 가득 메운 북측의 관객들은 공연 내내 숨을 죽이며 음악을 감상했고,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는 큰 감동에 빠진 듯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면서 존경과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성조기가 동평양극장에 걸리고, 미국 국가가 연주되고. 뉴욕 필 교향악단과 조선국립 교향악단이 함께 아리랑은 연주하는 등 미국과 북한과의 문화외교는 성공적이었음을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이것이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북한의 핵 포기, 북한의 개방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넉 달전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박광선(가명)씨는 뉴욕 필 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을 바라보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광선: 김정일이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느끼겠지요. 세계의 흐름을 알고, 일정하게 미국과의 관계를 완화해 나가야지, 그렇게 나가지 않으면 고립을 못 면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미국과의 관계를 개선을 가지려고 그러지 않나 싶죠.

또 작년 말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이선화(가명)씨도 과거 북한당국이 반미정책을 많이 펼쳤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도움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번 공연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선화: 지금 유엔에서 많이 북한을 도와주잖아요. 미국이 맹목적으로 나쁘다고 느끼지 않고 있죠. 우리 북한사람들도 한 50%는 미국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거든요. 미국에 가서 공연하면 북한 사람들이 대놓고 말은 못해도 큰 힘이 되죠. 힘이 많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박광선씨와 이선화씨는 이런 의도와는 달리 뉴욕 필 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이 김정일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할 선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박광선: 탈북자들도 그렇고, 북한 사람들도 그렇고 미국에서 와서 공연한 것은 우선 북한에서는 미국이 머리를 숙인 것으로 선전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서 공연한다는 것을 김정일이는 딴 방향으로 북한 주민에게 인식시키려 할 겁니다. 꼭 그렇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 박명희씨와 지만철씨도 당 간부나 예술인들, 평양시민들로 동원된 이번 공연 역시 제한적이고 각 지역마다 선전물을 통해 사전조치를 취했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박명희:이미 사전에 그에 대한 조치를 다 했을 것 같은데요,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보도를 하지만 자기들이 북한에 굴복하고 맹종해서 북한의 위신이 높고, 김정일 위신이 높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와서 공연도 하고 김정일 찾아왔다, 그렇게 뉴스를 내 보냈을 건데요, 이미 다 조치를 했을 건데요. 당연히 그렇죠. 김정일이 위대한 장군이니까 미국놈들도 이렇게 와서 공연도 했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랬을 거에요.

지만철: 김정일이 무서워서 남한의 대통령이라든지 미국에서 와서 공연도 해주고, 위로해 주고, 잘 보인다고 선전을 하겠죠. 다 선전이고 자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거죠. 이 세상에서 미국이나 남한이나 중국이나 다 머리를 굽히고 인사를 한다고 선전할 수 밖에 없고, (기자: 그럼 딱 선전용이라고 생각이 드세요?) 그렇죠. 99% 선전용이죠.

이처럼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뉴욕 필 교향악단의 평양공연 의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이번 공연을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중계하는 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우월감을 선전하고 북한 주민들이 더 충성할 것을 종용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 생중계의 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박명화: 당총화, 생활 총화 등 사상교육을 엄청나게 시켜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뉴욕필 하모닉) 평양가면 평양 사람들, 평양 주민은 어떻게 해라. 이런 것 까지 다 조달되고, 규율도 강화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기자: 그렇다면 별로 북한 주민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네요) 의미가 없죠.

박광선: (의미가) 없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체제 속에서 음지에 산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래 하나 알아듣는 수준에 도달하지도 못했고, 상당히 눌려 살았기 때문에..그래서 미국 공연이 와도 난 전국적으로 다 쏘겠는가(방송하겠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 됩니다.

탈북자들은 또 뉴욕 필 교향악단의 평양공연이 선택받은 일부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문화였다고도 꼬집습니다. 식량난 등으로 어려운 생활에 놓인 일반 북한주민들에게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이라는 감동보다는 해마다 재연되는 일반 공연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란 평갑니다.

마순희: 미국에서 뉴욕 필이 큰 공연이잖아요. 그런데 이거 말고도 북한에는 이미 전에 4월의 봄 친선 예술 축제라든지 세계 각국에서 예술단 가수들 다 들어갑니다. 해마다, 이게 전혀 특별할 것이 없죠. 통치자의 의지대로 자그마한 예술 공연이 될 수도 있고...

마순희, 최영순(가명):그런 공연할 바에는 쌀이나 좀 더 보내주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일걸요. (기자: 별로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분들에게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그저 먹고 살기가 바쁘니까 먹는 쌀이나 돈이 필요한 것이지 그들에게는 음악적 소양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제는 거기에 대한 것은 생각도 안나죠. 생활이 웬만해야 문화생활 할 여유가 생기지, 내가 당장 나가서 시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자식들이 굶어죽겠는데 그 시간에 앉아서 오케스트라 들을 바에는 풀 한포기 더 캐고, 장사나 더하지. 이런 것은 있는 사람들, 정치나 생각하고 위의 사람들은 이게 크다고 생각하지, 평백성인 사람들은 옥수수 한 톨, 입쌀 한 톨 이런 것 보다 큰 의미는 없을 걸요?

북한의 변화를 꿈꾸며 전 세계가 지켜본 뉴욕 필 교향악단의 평양공연. 많은 사람들은 이 공연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과 북한의 개방, 나아가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곡으로 가득한 김정일 정권이 싫어 조국을 버린 탈북자들은 이번 공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북한주민의 삶이 나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관련기사

하고 싶은 말 (0)
Share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