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에 찢기는 북 전파교란 그물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2.05.11
py_men_cellphone_walking-303.jpg 평양시내 영광거리 앞에서 시민들이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 당국이 정보의 유출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수많은 전파교란 설비들이 오히려 신기술 미디어의 확산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주민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많은 외화를 들여 도입한 전파교란 설비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중 국경도시인 양강도 혜산시에 살고 있는 대학생 김 모씨. 그는 탈북에 성공해 한국에 정착한 친구와 거의 매일 저녁 전화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족들과 함께 북한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집요한 전파교란 행위에도 김 씨가 이렇게 자유롭게 통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 생산된 최신형 휴대전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중국 기지국을 이용한 불법휴대전화들을 통해 내부정보가 유출된다며 수많은 외화를 들여 국경연선 도시들에 전파교란 장비들을 설치했습니다.

벌써 5년째나 계속되는 이러한 전파교란 행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국경지역에 완전한 전파그물을 형성하라는 후계자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예전보다 더 강력해지고 빈틈도 없어졌습니다. 북한은 불법휴대전화 전파를 교란시키기 위해 전파교란 장비들에 전력공급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을 들인 전파교란 장비들이 주민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하여 점차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소식통은 “예전에 중고 휴대폰을 쓸 때에는 통화가 거의 불가능했는데 새 전화기로 바꾸고 난 다음부터는 통화가 잘 되고 또렷하게 들린다”며 “새 전화기들은 수신감도가 좋아 전파장애를 받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휴대전화 전파교란 장비들이 중국쪽 변경도시의 통신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장애파장의 유효반경을 1km미만으로 최소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장애전파의 파장이 약해 수신감도가 좋은 전화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밀수꾼들을 비롯해 중국과 통화하는 사람들이 구식 휴대전화를 버리고 수신감도가 좋은 것으로 휴대전화들을 바꾸고 있다며 북한의 전파교란에 영향을 받지 않는 특정 전화번호들도 있는데 밀수꾼들 사이에서 그런 전화카드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소식통은 “돈만 있으면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노텔’이나 컴퓨터 수신 장치들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 전파교란 장비를 피하기 위한 더 발전한 전자장비들이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최근엔 초단파 텔레비전 중계를 시청할 수 있는 중국산 mp4가 암시장들에서 중국 인민폐 400원으로 대량 팔리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mp4를 ‘노텔(노트북 형 TV)’이라고 부르며 정전이 되거나 중국 텔레비전을 몰래 시청할 때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컴퓨터 폰’으로 불리는 중국산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외부수신 장치들까지 북한으로 유입되며 국경지역의 전파그물들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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