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북, 트럼프 내민 기회 잡아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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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비핵화 협상과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답하는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
미북 비핵화 협상과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답하는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
/RFA Photo-노정민

앵커: 핵전쟁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만든 ‘지구 종말의 날 시계’ (Doomsday Clock)가 종말을 의미하는 자정까지 100초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지난해보다 20초나 가까워졌는데요.

이처럼 자정에 가까워진 배경으로 ‘핵 위협’과 ‘기후 변화’ 등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됐는데, 특히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도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에 참석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대북제재의 완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내민 기회를 잘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반 전 사무총장 “대북제재 앞서 북이 먼저 역할 보여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민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지구 종말의 날 시계’ 공개 행사에서 미북 간 견해차로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북 정상에게 교착 국면의 돌파구를 위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미북 간의 견해차 중 하나인 대북제재의 완화에 관해서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대북제재의 완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북한이 국제사회가 수긍할만한 역할을 하게 되면 대북제재의 완화는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반 전 사무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각을 넓혀 북한이 국제사회의 회원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날 공개된 ‘지구 종말의 날 시계’가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자정을 향해 20초 앞당겨진 배경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거론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 핵과학자회가 23일 공개한 ‘지구 종말의 시계’. 지난해보다 20초가 앞당겨진 배경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지적됐다.
미 핵과학자회가 23일 공개한 ‘지구 종말의 시계’. 지난해보다 20초가 앞당겨진 배경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지적됐다. /RFA Photo-노정민

다음은 북핵 문제와 미북 협상에 관한 반 전 사무총장의 회견 내용입니다.

- 미북 협상이 교착 국면에 있는데, 돌파구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십시오.

[반기문 전 사무총장] 남북문제는 남북 국민의 문제이지만, 전 세계가 바라는 바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지 않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대국이고 민주국가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분단돼 있으니까 국제사회의 걱정과 동정을 받고 있죠. 세계가 21세기에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데, 왜 유독 같은 동족인 북한 만이 대세에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니까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사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이렇게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해 접근하는 대통령이 없죠.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세 번씩이나 헀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이런 기회를 잘 포착해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금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남북 간의 화해를 도모하는 데 반대하고 정치적으로 어려워하는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 가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지만, 절대 실망한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1991년에 처음으로 남북 비핵화 협상을 할 때 협상 대표로 참석한 경험을 보면 수많은 좌절과 기대가 있었죠. 지난 2년간 이런 것을 경험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가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북한이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제재의 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기문 전 사무총장] 일방적으로 대북제재의 완화를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죠. 미국이 혼자 한 것도 아니고 안보리 전체, 국제사회가 다 제재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어느 정도 국제사회가 수긍할 만한 역할을 할 경우에 자연스럽게 논의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한미 간 공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기문 전 사무총장] 한미 간 관계가 워낙 중요하고 오랫동안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있으면 큰 문제처럼 생각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근본은 튼튼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스타일이나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미 간 이견이 있을지라도 이런 이견은 대화를 통해 당국자 간, 또 경제단체의 접촉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 국제 공조도 중요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중간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기문 전 사무총장] 김정은 위원장이 젊은 세대로서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와 다르지 않습니까? 또 현재 살고 있는 국제사회가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혀 바깥으로 나와서 북한도 어떻게 하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존경받고 회원국이 되느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도 핵 위기 앞당겨

한편, ‘미 핵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가 이날 공개한 ‘지구 종말의 날 시계’는 지구상의 인류가 직면한 핵전쟁의 위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자정은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전면적인 핵전쟁 발발을 의미합니다.

지난해에는 자정까지 2분 전을 가리켰지만, 올해는 이보다 20초가 앞당겨진 11시 58분 20초가 됐습니다. (It is 100 seconds to midnight)

인류를 위협하는 두 가지 위기는 ‘핵전쟁 위협’과 ‘기후 변화’.

이 두 가지는 이전부터 매우 큰 우려 사안이었지만, 최근 2년 동안 개선의 노력조차 실패로 돌아간 것이 ‘지구 종말의 시계’를 앞당기게 됐다고 미 ‘핵과학자회’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핵전쟁 위협이 커진 이유로는 ‘이란 핵 합의의 파기’와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강조됐습니다.

미 ‘핵과학자회’의 샤론 스쿼소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부터 스톡홀름의 실무협상까지 결렬되면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한 것을 큰 우려 사안으로 지적했습니다.

미 핵과학자회가 핵 위기의 하나로 지적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
미 핵과학자회가 핵 위기의 하나로 지적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 /미 핵과학자 회보

[샤론 스쿼소니]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부터 추가 실무협상까지 열렸지만, 비핵화 협상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습니다. 또 북한이 제안한 연말 시한이 지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발표했는데, 이는 북한이 대북제재 없이 계속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화의 의지를 갖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의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반 전 사무총장도 최근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핵실험 중단 약속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라며 정체된 미북 비핵화 협상이 핵 위기를 고조시키는 한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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