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개국 25주년 특별기획 Then &Now: 희망일기, 새 꿈의 나래를 펴다] 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서울-노정민, 천소람 nohj@rfa.org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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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개국 25주년 특별기획 Then &Now: 희망일기, 새 꿈의 나래를 펴다] 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2019년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구출 이후 이동 중인 김서영 씨(가명)와 이수진 씨(가명)(위)/한국에 정착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두 사람. (아래)
/RFA Photo

앵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살 때보다 훨씬 더 공평하게 기회를 얻지만, 결과까지 공평한 것은 아닙니다. 낯선 환경에서 마주치는 현실의 벽이 높기도 하고, 실패로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주어질 기회를 기대하며 묵묵히 살아갑니다.

[RFA 개국 25주년 특별기획 ‘Then & Now’: 희망일기, 새 꿈의 나래를 펴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낯선 땅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탈북민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기회를 준 대한민국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2019년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만났던 13명의 탈북민들 중 (과거 기사 링크) 김서영 씨(북한에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와 이수진 씨(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를 제외한 나머지 탈북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 씨와 이 씨를 제외한 나머지 11명의 탈북민들도 한국에 정착한 이후 각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 탈북민은 13년 만에 그토록 그리워한 어머니를 만났고, 또 다른 탈북민은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2살배기 아기는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으며, 한국에서 짝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탈북민도 있습니다.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김서영 씨(가명)] 북한에서 제한된 생활을 했잖아요.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할 수 없는 것. 물론 여기에서도 하고 싶다고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노력하면 생각한 만큼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드라마와 먼저 정착한 친척들을 통해 남한 사회를 동경하게 됐고, 결국, 탈북해 지금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 것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서영 씨(가명)]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드라마와 친척들의 말을 들으면서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기잖아요. 같은 민족이지만, 두 나라가 갈라진 상황에서 경제적 차이가 나고, 이 나라가 어떻게 잘 사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리고 남한 언어가 너무 정이 갔어요.

[기자] 혹시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았나요?

[김서영 씨(가명)] 아니요. 굶을 만큼 어렵지 않았어요. 밥은 먹고 살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만큼 결과도 평등한 건 아니었습니다. 5개 대학을 지원한 이 씨는 첫 합격자 발표에서 고배를 마셨고, 이를 통해 겸손을 배우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수진 씨(가명)] 대학교 첫 발표에서 불합격했는데요. 사람은 자만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어요. ‘면접도 잘 봤고, 시험도 그만하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불합격된 거예요. 그런데 다른 학급의 언니는 예비 2번이었는데 (합격했고), 저는 떨어졌거든요. 제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은 더 잘 봤구나. 내가 열심히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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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업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김서영 씨(가명). / RFA photo


“소중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이들을 직접 구출했던 한국 인권단체 나우(NAUH)의 최시우 사무국장은 지금 주어진 행복을 최대한 즐길 것을 조언합니다.

[최시우 사무국장] 대한민국이 북한과 다른 점은 여러분이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곳이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곳이고, 내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하면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당장 삶이 고달프고, 행복이 뭔지 모를 때가 있더라도,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다 보면 행복이 찾아올 겁니다.

지철호 나우 구출팀장은 이들이 대한민국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듯이 앞으로 받은 사랑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지철호 구출팀장]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는 친구들을 보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에게 받은 사랑으로 한국에 왔기 때문에 언젠가 여유가 되면 그 사랑을 한국 사회가 됐든, 북한의 주민이 됐든, 환원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성공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성공은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도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두려움 없이 돕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정착의 첫발을 뗀 김 씨와 이 씨에게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습니다. 그것이 험난한 탈북 여정과 외로운 남한 생활을 이겨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수진 씨(가명)]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았고, 대학도 진학했으니까 이제 조금은 여유롭게 살면서 추억도 많이 쌓으며 살고 싶어요.

[김서영 씨(가명)] 우선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고 싶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돈도 많이 벌고, 마지막은 결국, 부모님을 빨리 모셔오고 싶고, 동생도 데려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 취업도 해야겠죠.

높은 현실의 벽에 막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좌절도 하고,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 흘릴 때도 많지만, 이제 다시 힘찬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김서영 씨, 이수진 씨(가명)] 화이팅~~!!

한국에서 더 큰 꿈을 이뤄 갈 김서영 씨와 이수진 씨, 그리고 다른 11명의 탈북민들.

‘나우’ 사무실의 창문에 적혀 있던 문구가 지금도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응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신은 소중하고 행복한 사람. 낯선 땅에서 지난 2년간 외로움에 맞서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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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권단체 나우(NAUH)사무실에 창문에 적혀 있는 문구. / RFA photo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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