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경봉쇄 계속땐 주민 피로도 급상승”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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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경봉쇄 계속땐 주민 피로도 급상승” 북중 국경지역을 순찰하는 북한 여군 병사들.
/AP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오미크론 등장… 북 국경개방 더 늦춰질 듯

[기자] 코로나비루스의 새로운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등장했습니다. WHO, 즉 세계보건기구는 오미크론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오미크론에 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제공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WHO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오미크론 변이가 전세계로 확산된다고 경고를 했죠. 지금 영국, 캐나다, 벨기에, 유럽, 네덜란드 등에서 실제 감염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요. 전 세계가 난리가 났죠. 미국과 유럽이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 남부 쪽 국가를 대상으로 여행금지령을 내렸고, 일본도 다시 외국인 방문객을 금지시키고 국경을 닫고 있습니다. 델타 이후로 변이가 많지만, 오미크론같이 화제가 되는 변이가 나타날 줄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남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처음 발견됐는데, 다른 나라, 유럽에서도 동기간에 감염사례가 발견됐습니다.

[기자] 다른 변종들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안경수] 기존에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가 전세계를 휩쓸었잖아요. 이 변이와 오미크론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결국 델타 변종같은 경우 스파이크, 즉 돌기 단백질 안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아미노산 잔기가 18개 정도 됩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종은 아미노산 잔기가 30~50개까지 된다고 합니다. 굉장히 차이가 크죠. 때문에 이른바 코로나 3차 대유행을 일으킨 델타 변이보다 오미크론 변이가 감염력이 5배 정도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치사율도 몇 배가 더 높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대면접촉이 없어도 공기중으로 감염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연구결과가 이렇지만 (오미크론이) 발견된지 아직 한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미크론에 관해 완벽히 밝혀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 2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으로 오미크론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도 궁금한데요.

[안경수] 우리의 열쇠는 백신 밖에 없잖아요. 먹는 치료약도 개발 중에 있지만, 일단은 백신이잖아요. 백신이 과연 오미크론 감염도 막을 수 있는지 관심사인데.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의 관계자는 ‘오미크론에도 효과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모더나 관계자는 ‘조금 더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하며 의견이 나뉘고 있는데요. 기존에 다른 변이 바이러스들과 오미크론에서 발견된 변이의 위치가 유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존 백신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오미크론과 관련해 자료 확보가 충분치 않아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향후 2주 내 조금 더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 쪽에서 처음 증상을 보고한 의사가, (오미크론이) 특이한데 경미한 증상이라고 했습니다.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종식’을 알리는 신호’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관심이 많은데요.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해서 발달 할수록, 감염력은 높아지지만 치사율은 낮아지는 게 바이러스의 이론적인 특징 이잖아요. 즉 대부분의 기존 호흡기 질환들이 진화하는 방향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종식은 어렵지만, 이게 (시간이 지나) 감기처럼 바이러스로 계속해서 우리와 공존한다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 진화적인 흐름에 (오미크론이) 결코 위배되지 않는다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저는 이 의견에 더 관심이 갑니다.

북 주민, 국경봉쇄 피로도 심화될 듯

[기자]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새로운 종류의 변이비루스가 발견돼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밝히며 오미크론을 언급했는데요. 북한은 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처할까요?

[안경수] 북한도 우리와 같은 속도로, 실시간으로 전세계 상황을 분석하고 있을 텐데, 사실 북한은 기존대로 폐쇄적이고 극단적인 방역을 지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속 국경 개방이 늦어질 수 밖에 없잖아요.

[기자] 네, 국경 개방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최근 북중 간 물자 교역 재개 움직임을 보이며 2년 가까이 닫혀 있던 국경을 곧 개방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었는데요.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방역을 더 조임으로써 중국과 국경 개방 시기도 더 미뤄지게 될 거라 보시는 건가요?

[안경수] 네. 내년 2022년 2월 즈음,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할 때 쯤에는 국경 개방이 되지 않을까 예측했지만, 지금 사실 동계올림픽 조차도 (열릴지 확실하지 않죠.) 지금 외국에서 하는 (행사도) 취소됐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따라서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래서 특히 북중 국경 (개방 시기는), 2022년 2월 정도에서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국경 개방 시기가 더 미뤄지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안경수] 북한 주민들에게도 큰 일입니다. 사실 2년과 3년은 또 다르거든요. 2년 동안 폐쇄돼 있었는데, 2022년에도 변이 때문에 국경 개방이 늦어지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큰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밀수나 다른 측면으로 물품이 반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3년차가 되면 피로 현상이 과중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곤란한 상황이 될 겁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는 백신이라도 맞고 있잖아요. 하지만 북한은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적 요인인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북한 당국도 전혀 예측을 못했다고 봅니다. 북한 주민들도 당황스러울 거에요. 북한 주민 입장에서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2년동안 폐쇄적인 방역을 감내 해왔는데 (말이죠). 북한 의료진들도 백신을 제외한 모든 방역을 다 했습니다. (국경봉쇄를) 내년에도 하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피로도가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북, 주민 피로도 경감 위해 백신 받아들여야…

[기자] 네, 오미크론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아직도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몇 안되는 국가인데요. 최근 백신 공동구매, 배분을 목적으로 하는 코백스에서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약 473만회분을 추가 배정 했잖아요.

[안경수] 네, 최근 코백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추가 배정 하지 않습니까, 아주 많이. 개인적으로 북한이 이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받아야 더 배정이 되고, 그래야 북한주민 2천만 명 이상의 회분을 받을 수 있거든요. 북한이 코백스에서 배정한 백신을 끝까지 받지 않는다고 하면 이유는 딱 하나,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일 수 있다고 봅니다. 코백스가 배정한 백신을 북한이 협의를 잘 해서 꼭 지원을 받아 북한에도 백신접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사회 전체적인 피로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일단 백신이 한 국가에 도입이 돼 백신접종이 전 사회적으로 시작이 된다면, 사회가 갖고 있던 전체적인 부담 혹은 스트레스 강도 및 피로도가 경감하는 효과가 납니다.

[기자] 한국 경기도 화성시가 북한 황해남도 해주시에 농업, 보건, 경제 등 5개 분야 14개 남북협력사업을 제안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중, 보건 분야에서 의료시설 현대화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는데요. 성사될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북사업자가 돼서 남북협력사업을 구성하고 있는게 문재인 정권의 경향입니다. 저는 지자체들이 대북교류협력이나 대북사업, 남북평화사업 등의 취지에서 성과를 내고자 하는 마음이 크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최근 이러한 흐름은 북한 체제의 성격과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화성시가 협력사업을 제안한 대상이 해주시 입니다. 근데, 북한은 중앙집권 국가잖아요. 해주시에 인민위원회와 당위원회가 있지만, 이들이 이것을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제안’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해주시는) 이를 ‘합의’할 수 있는 주체가 안돼요. 애초에 방법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기자] 왜 화성시가 해주시로 결정했을까요?

[안경수]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결국 내부적으로 비슷한 논리를 만들어 결정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바다가 있는 지역이면 바다(가 근접한 도시), 산업구조가 비슷하면 산업구조 비슷한 도시끼리 짝을 지었다고 봅니다. 서울이 평양과 짝을 짓듯이 말이죠.

[기자] 북한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의료시설 현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성과가 좀 있었나요?

[안경수]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의료시설 현대화를 하려는 추세입니다. 굉장히 많은 진료소와 병원까지 현대화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요구하는 내부 장비 혹은 기기들이 있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자체생산을 많이 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묘향산 의료기구공장 같은 경우는 활발히 운영을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치과, 산부인과, 내과 등 과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의자와 침대, 기자재들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함경남도 인민병원 현대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신축은 아니지만 옛날 건물을 현대화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