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1년 반] ① 델타변이 탓 국경 재개방 쉽지 않을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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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1년 반]  ① 델타변이 탓 국경 재개방 쉽지 않을 듯 7월 12일에 촬영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세관과 건너편 문 닫은 상점의 모습. 오후 2시였음에도 활기를 잃은 도시의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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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국경이 다시 열릴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썰렁한 세관, 굳게 닫힌 상점 등 중국 단둥시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한때 중국 상인과 북한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북∙중 국경이 곧 열릴 것이란 기대감도 컸지만, 지금은 실망을 넘어 자포자기의 심정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정부패 단속을 빌미로 수산기지를 독점해 운영하던 북한 간부들의 소환과 처벌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북∙중 국경지역은 뒤숭숭한 분위기인데요. 무역 재개는 언급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RFA 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장기화.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뒤숭숭한 북∙중 국경지역의 현재 상황을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북∙중 국경 쉽게 열리지 않을 것”에 한목소리

[단둥 무역업자] 어제(7월 11일)도 단둥에 전화해 봤어요. 그러니까 ‘이 선생, 오지 마십시오. 여기 난리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라고 합니다. 나진 쪽은 코로나가 발생한 뒤 개미 한 마리 못 나오잖아요. 꼼짝 못 해요. 육로라 밀수는 할 수도 없어요. 송이 한 뿌리도 못 가져온다고 하잖아요.

중국 단둥시에서 북한을 상대로 제법 큰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했던 한 무역업자는 지난해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습니다. 단둥을 떠나 중국 내 인근 지역에서 계속 북∙중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란 대답뿐입니다.

올해 초부터 북∙중 국경이 조금씩 열릴 것이란 소문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올 연말까지도 무역 재개가 힘들 것 같은 분위기에 실망만 커져갑니다.

북한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일을 하다 탈북해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김선영(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도 현재 국경이 다시 열릴 어떠한 징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최근 (7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김선영 (탈북민, 가명)] (북한) 집에서도 무역을 해보려고 준비는 하고 있는데, 7월 중에 물자 유통만 열리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사람은 일절 이동이 없고요. 중국 쪽에서도 엄청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실제 7월 12일 오후에 둘러본 단둥시 세관과 주변 거리는 한낮임에도 썰렁한 분위기 그대로였습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나 사람은 많지 않았고, 세관 앞 상점도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북한 쪽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에서 일부 무역회사에 중국과 무역 재개를 준비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왔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최근 (7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올해 안에 국경 봉쇄의 완화와 무역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 거란 소문도 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김정은 정권이 2020년 말까지는 무조건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2021년부터 상황을 보면서 조금씩 국경을 열고, 무역을 재개하려는 계획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함경북도의 몇 개 도시, 양강도, 평안북도 신의주 등에서 무역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는 정보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월부터 조금씩 연기되면서 지금은 7월인데요. 현재까지는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에서 무역을 재개할 거란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연말까지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도 많아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정기적으로 북∙중 국경지역을 직접 방문했던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도 북∙중 국경이 쉽게 열리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현지에서 무역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만간 열릴 것이란 말은 나오지만, 그렇게 쉽게 열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들은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공장도 다 북한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본인들이 더 답답하다고 말하거든요. 그만큼 북∙중 국경의 상황이 상당히 엄중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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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바이러스 변수에 내부 기강 잡기까지 뒤숭숭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를 장기화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역시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꼽힙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백신 보급마저 부진해 한 번 방역이 뚫리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국경 봉쇄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기다 델타 변이 확산 탓에 국경봉쇄를 일부 완화하려던 북한 당국의 결정이 번복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원인은 중국에서 지난 3월쯤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고요. 6월 들어 중국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북한과 접경 지역인 요녕성(랴오닝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델타 바이러스로 많은 나라가 고생하고 있는데, ‘당분간 (국경을) 열 때가 아니다’라는 방침으로 변경됐다고 봅니다. 그래도 물자는 들여와야 하니까 통제가 쉬운 남포항 중심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큰 소동이 일기도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김선영 씨(가명)] 신의주에서 밀수 길이 한 번 열려서 물자가 들어간 것이 있는데, 그때 감기 환자가 있었나 봐요. 배로 움직였는데, 선원 중에서. 그것 때문에 방역 책임자를 해임하고,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의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도 연일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을 강조하면서 국경봉쇄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강동완 교수] 북∙중 국경이 막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북한 내부의 코로나 상황인데요. 중국에서 사업이나 무역을 하는 사람들도 (북한과) 공식적으로 팩스나 전화 통화는 할 수 있지만, 진척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지금 북한 내부에서는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아직 (북∙중 국경을) 열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전해 오니까 현지에서 북한과 교역하는 상인들은 매우 답답해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부정부패 단속을 내세워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단둥 무역업자는 신의주에서 북한 수산물의 대중 수출을 독점해 이권을 챙기던 많은 북한 간부들이 소환돼 처벌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단둥 무역업자] 신의주에서 수산물을 독점해 좌지우지하던 사람들을 싹 다 잡아넣었대요. 부정부패 때문에 그랬다고 하는데, 신의주가 그랬다면 평양도 마찬가지겠죠. 북한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겁니다. 신의주에서도 간부들의 80%를 처벌했다고 하니까 장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거죠. 다들 지켜보고 있는데, 밑에서는 결심하기 힘들 것 같아요.

또 북한 당국이 각 무역회사에 대한 통제와 관리 역시 강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6월 들어 쌀값이 갑작스럽게 급등했잖아요. 외환 시장도 엄청난 혼란 상황에 빠졌는데, 이 때문에 무역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방에서 무역을 못 하게 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 아닐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분간 (무역 통로는) 남포항으로 한정하고, 국가가 무역을 통제하고, 지방에서는 안 한다는 것 때문에 무역 재개를 언급하는 사람도 없어졌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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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시각으로 7월 12일에 촬영한 단둥시의 문을 닫은 상점. 조선특산물을 구입한다는 상점은 올해 초에 촬영한 사진(오른쪽)에서도 한낮에 문이 닫혀 있었다. /RFA Photo

한때 국경이 열리고 무역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지만, 델타 변이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재확산과 자력갱생을 앞세운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개입, 내부 기강 잡기 등으로 굳게 잠긴 북∙중 국경도시의 을씨년스런 현재 모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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