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1년 반] ② 겨우 버티는 북 주민 ‘한계직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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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1년 반]  ② 겨우 버티는 북 주민 ‘한계직면’ 중국 단둥시의 한 임가공업자가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북한 주민과 중국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 (2019년) 이 임가공업자는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지금까지도 교역을 하지 못해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RFA Photo

앵커: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그동안 대북무역에 종사해왔던 중국 측 무역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교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북한의 민생경제 역시 점차 악화하고, 인도주의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요.

특히 국경봉쇄의 장기화에 따른 북한의 경기침체는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는 ‘자력갱생’ 구호도 통하지 않을 만큼 한계에 직면했다는 정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RFA 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장기화.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북한에 미친 경제적 영향을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중국 상인들 사이 휴업과 폐업 속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북한과 교역이 뚝 끊긴 중국 단둥시.

이곳에서 북한을 상대로 교역을 해왔던 한 무역업자는 창고에 보관돼 있는 물건만 생각하면 속이 터집니다. 수입은 없는데 그동안 누적된 창고 보관료가 물건값을 넘어서면서 이참에 그냥 내다 버릴까도 생각 중입니다.

[단둥 무역업자] (단둥에 가보려 해도) 거래가 돼야 가죠. 휘발유값이라도 벌어야 하는 데 속상해 죽겠어요. 2년 동안 창고에 있었는데 창고비가 물건값을 다 먹잖아요. 창고비를 안 낼 테니까 다 가지라고 하면, 그쪽에서도 ‘가져가도 팔지도 못하는데, 급하지 않으면 두고 보자’고 해요.

북한과 교역으로 먹고 살았던 중국 내 무역업자나 상인들 사이에서는 휴업이나 폐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탓에 단둥시의 북한 식당은 찾는 손님이 없어 거의 매출이 없는 상황입니다.

[단둥 무역업자] 장사는 완전히 제로죠. 아무것도 없죠. 식당 종업원이 3년을 집에 못 갔대요.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재원들은 하는 일이 없죠. 매일 학습 다니고, 회의하고.

이전 같으면 주재원들이 평양으로 소환돼 사업 총화를 해야 했지만, 국경 봉쇄로 발길이 묶인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정기적으로 북∙중 국경지역을 직접 방문했던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도 중국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내 대북 사업가들이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북한에 물자가 들어가서 완제품을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이 완제품을 가지고 나올 수 없는 상황이고, 또 사람이 나와서 물건 대금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요. 사람의 교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인 거죠. 그러다 보니 거의 개점 휴업상태가 돼버렸고, 폐업하는 곳도 굉장히 많다는 것이 현지에서 전해오는 소식이고요. 무엇보다 교류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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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북 민생경제, 거의 파탄 상황”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연료와 원자재가 들어오지 않아 공장이 멈춰선 지 오래고, 무역과 시장 활동의 부진으로 북한 주민의 현금 수입이 급감하면서 시장과 역전 등에는 노숙자가 늘고, 현금과 곡물이 바닥난 ‘절량세대’가 나타났습니다. 또 물건과 사람의 이동이 엄격히 통제되면서 운송, 하역 등의 일자리도 사라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양실조에 걸려 출근을 못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노인과 아동 등 취약 계층 사이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최근 (7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중 국경 봉쇄의 장기화,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강화 등으로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19 통제로 사람들의 활동을 단속할 수밖에 없잖아요. 현금 수입이 안 생깁니다. 또 의약품 부족이 너무 심각합니다. 약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식량과 의약품에 대해 긴급요청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어떤 방법이 있을까에 관해서는 생각이 안 납니다.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주민들이 배급 없이 먹고 살아온 것은 ‘무역’과 ‘시장경제’라는 두 가지 엔진 때문이었는데, 이 두 가지가 무너지고, 여기에 코로나19 때문에 활동까지 통제하니까 주민들이 방법이 없는 것이 당연하죠.

북∙중 국경지역에 가족이 살고 있는 탈북민 김혜영 씨(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도 국경 봉쇄의 장기화에 따른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돈주들마저 생활고를 겪는 때에 일반 주민들의 어려운 삶은 말할 것도 없다는 겁니다.

[김혜영 씨(가명)] 어휴~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 지는 벌써 오래됩니다. 그동안 이밥(쌀밥)을 먹던 돈주들이 지금은 잡곡밥을 먹고 있다잖아요. 돈이 돌지 않으니까 경제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없겠죠.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최여진 씨(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도 최근 북한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갑자기 폭등한 물가와 급락한 환율 탓에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여진 씨(가명)] 지금 살기가 정말 어렵대요. 얼마 전에 친척분이 (북한에) 돈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전에는 (중국 위안화 당 북한 돈) 환율이 1천200원대였는데, 지금은 580원대로 절반이 떨어진 거죠. 돈의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쌀값과 모든 물가가 이전보다 올라서 살기가 정말 어렵죠.

북∙중 국경의 봉쇄가 일 년 반 동안 계속되면서 그동안 북한 경제를 지탱해 온 무역과 밀수, 시장 활동이 중단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지원도 막히다 보니 북한 당국과 주민들이 의존해왔던 경제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상황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강동완 교수] 식량이라는 것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료나 기본적인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중국으로부터 겨우 받아왔던 식량이나 비료 등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까 북한 주민들의 삶은 하루하루 피폐해져 갈 수밖에 없고, 그나마 생필품이나 공산품도 밀수나 장마당을 통해 유통됐었는데, 이러한 물건들이 거의 바닥이 났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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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시의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북한 대동강 맥주. / RFA photo

자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한계에 직면

김정은 정권이 북∙중 국경을 굳게 닫고, 외부의 지원과 교역도 없는 상황에서 내세운 카드는 ‘자력갱생’ 입니다. ‘자력갱생’을 내세워 북한 주민들에게 지금의 전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자고 달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또 비사회주의 단속과 적극적인 시장개입 등으로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 무역일꾼 출신의 김선영 씨(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도 김정은 정권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려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선영 씨(가명)] 그런 정치적 목적도 있죠. 우리는 (외부에서) 들어오지 않아도 자체적인 힘으로 잘 버티고 잘 산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것도 있죠. 제 생각에도 이 상황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고난의 행군을 한 번 겪었고, 저도 거기서 살았잖아요. 얼마든지 힘들어도 견딜 수 있거든요. 김정은 총비서가 문을 걸어 잠그고 이렇게 하자고 하면 백성들도 따라서 견디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김정은은 그럴 수 있어요.

[강동완 교수] 북한 내부의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코로나19 방역이 뚫려서 그 어려움에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우려하는 것이 더 클 것 같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북∙중 국경을 개방하기보다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리겠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체제결속이라든지, 북한 주민에 대한 당국의 통제를 더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 모아 놓은 돈과 재산을 처분하며 겨우 버텨왔지만, 지금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민생경제는 거의 다 파괴됐다고 봅니다. 이제 자력으로는 어쩔 수 없어요. 공장 기업소도 멈췄고, 가동도 안 합니다. 재료도, 연료도 없고, 생산해 봤자 공급해서 팔리지도 않고, 거의 다 마비돼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럴 때 사람들을 죽지 않게 하려면 식량 지원밖에 없습니다.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니까.

북∙중 국경 봉쇄 1년 6개월. 이제 북한 주민들이 더는 버틸 수 없는 막다른 상황까지 왔지만, 여전히 코로나19 방역과 자력갱생을 내세우는 분위기 속에 북∙중 국경도시의 한숨은 더 깊어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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