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도: 북한 손전화 급증...실태와 전망] <2> 외부정보 유입 확산 매개

중국-노정민 nohj@rfa.org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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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변경도시 휴대폰 영업소에 “조선여권 소지자도 전화번호 신청가능”이라는 이색 전광판 광고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의 한 변경도시 휴대폰 영업소에 “조선여권 소지자도 전화번호 신청가능”이라는 이색 전광판 광고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RFA PHOTO/ 김준호

앵커: 북한에서 사용 중인 손전화는 북한 내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어난 일을 그날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인데요. 외부 세계와 연결해주는 중국 손전화를 만나면서 정보 교류의 범위는 더 넓어졌습니다.

중국 손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도 강화됐지만,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욕구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RFA 심층 보도: 북한 손전화 급증]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외부 정보 유입의 확산 매개체’로서 북한 손전화기의 역할’을 조명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중국 손전화로 언제든 북한과 소통

- 정보 문의부터 물건 주문∙배달까지

-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사진∙동영상 전송

- 중국 손전화로 북∙중국경 무의미해져

- 일본∙한국 등에서도 중국 손전화로 북한 측과 정보 교류


[현장음: 중국 단둥 시내]

중국 단둥시에 사는 화교 출신의 주영덕(가명) 씨는 중국 손전화를 이용해 수시로 북한에 있는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주 씨는 ‘위챗’이라는 메신저, 즉 대화 프로그램에서 음성문자(통보문)로 북한 내 정보를 묻거나 필요한 물건 등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북한에 있는 상대방은 사진을 찍어 보내주거나 음성으로 답도 해줍니다.

심지어 주 씨가 주말에 부탁한 물건이 월요일에 도착하는가 하면, 배달이 늦어졌으니 나중에 찾아가라는 음성문자도 곧바로 전해집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주 씨와 북한 측 지인의 대화에서 중국과 북한이라는 공간의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단둥 시의 중국 세관. 북한 화물트럭 수십 대가 압록강철교를 넘어 들어옵니다. 세관에는 손전화를 들고 어딘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눈에 띄고 사전에 연락한 북한 물건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중국인도 적지 않습니다.

[세관 현장음: 손전화 중인 북한 주민] 나 차 타고 올라갈래. 회사에서 차 부속 들여보냈어.

이처럼 북∙중 간 연락이 가능한 것은 대화를 주고받는 북한 측 상대방도 중국 손전화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오사카에서도 중국 손전화기를 이용해 북측과 소식을 주고받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에 있는 취재협조자에게 중국 손전화기를 건네준 뒤 직접 통화하거나 문자 메시지, 전자우편(이메일), 또는 메신저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의뢰한 질문을 취재협조자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는 것도 손전화를 통해 이뤄졌는데, 북한 북부 지역에서 중국 손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이것이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에게 받은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중국 손전화기를 북한 내부로 보내면 이것으로 통화도 하고, 이메일도 합니다. 이번에도 손전화에 관련된 질문을 먼저 보냈고, 이에 대한 답변이 왔습니다. 궁금한 점은 또 질문해서 문답식으로 받은 것이 이 메시지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 10~15년 사이 북한 내에서 중국 손전화로 외부 사람과 직접 연락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많은 정보가 북한 안팎으로 유출∙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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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손전화와 북한 손전화의 만남


- 서로 다른 북한 손전화와 중국 손전화

- 북한 손전화로 북한 내 정보 수집∙공유

- 중국 손전화로 외부 사람에 북한 정보 전달

- 한국 내 탈북자, 중국 손전화로 음성통화와 사진∙동영상 전송


북한에서 사용하는 손전화와 중국에서 사용하는 손전화는 전혀 다릅니다.

단둥 내 손전화기 수리점에서 일하며 북한을 자주 오가는 기술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용하는 손전화는 북한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전파 신호를 인식하는 체계가 달라 쉽게 적발되기 때문입니다.

[수리점 기술자] 조선(북한)에서는 못 씁니다. 중국 것과 같지 않으니까 금방 적발되더라고요. 6~7년 전에는 전화기를 사서 갔는데, 20일도 못 썼어요. 체콤에서 막아버린단 말이에요. 심(sim)을 꽂아서 쓰면 되는데, 아예 기계를 차단해서 못 쓰더라고요.

하지만 북한 내에서 사용 가능한 북한 손전화가 북한 외부 사람과 통화할 수 있는 중국 손전화를 만나면 얼마든지 정보의 교류가 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 손전화로 북한 내 정보를 알아본 뒤 다시 중국 손전화로 그 내용을 북한 밖으로 전해주는데 그 방식으로 음성통화나 문자, 이메일, 메신저는 물론 적발되지 않는 새로운 (앱) 프로그램 등이 사용됩니다.

한국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도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 손전화와 북한 손전화를 맞대고 평양 시민과 직접 통화한 경험을 소개하며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서 손전화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국경 연선의 통화 음질이 좋아지면서 평양 사람과 통화한 북한 손전화를 켜고, 저희와 통화하는 중국 손전화의 송수화기를 맞대면 북한 사람과 바로 통화할 수 있죠. 앞으로 북한 손전화의 음질이 좋아지면 매개수단으로서 북한 내부의 소식을 밖으로 전달하는, 정보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의 취재 협조자도 10명 정도가 북한 내부에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북한 손전화로 자기가 사는 지역 외에 지방 도시에도 물어볼 수 있어요. 함경북도 청진에 사는 사람이 평양에 전화해 물가를 물어보거나 현지 상황은 어떤지 등 정보를 수집해서 중국 손전화로 한국, 일본에 전할 수 있죠. 다만, 중국 손전화와 북한 손전화의 연결은 잘 안 됩니다. 그만큼 북한 당국에서 절대 북한 내 전화망이 해외와 연결되지 않게끔 규제하고 있는 겁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한국의 탈북자 정착 지원 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과 함께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26명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손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주된 방식으로 ‘음성 통화를 한다’는 답변이 117명으로 압도적이었지만, 북한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절반에 가까운 57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는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에도 거스를 수 없는 현상 중 하나가 정보의 유입이라는 것을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재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미녀 대표]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는 물론 북한 내부에서도 이전에는 내가 그곳에 가야만 정보를 알 수 있었는데, 손전화기라는 통신 수단으로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일상생활 변화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고요. 북한 당국으로서도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저 도시에서 몰라야 하는데, 손전화가 내부의 정보 흐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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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 평양과 양강도 등에서 손전화를 사용했던 탈북자 김진성(가명) 씨도 북한에서 손전화가 급증하는 현상에 대한 의미를 묻는 말에 ‘정보의 공유’를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김진성(탈북자)] 현재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공유가 빠르고, 대단한 효과가 있습니다. 또 어려워진 현상을 더 빨리 공유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쌀이 없다’,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 ‘너희도 그러니? 여기는 더 한심해’처럼 잘 살고 못 사는 것이 금세 공유되는 겁니다. 오늘 정보는 오늘 다 똑같이 알게 되죠.

중국 손전화 단속 강화

-북 당국, 중국 손전화에 체제 위기의식

-북∙중 국경지방, 중국 손전화기 통제 강화

- 규찰대, 불시 검문으로 북한 손전화 단속

- 손전화기 단속과 통제가 정보 교류∙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


북한 손전화와 중국 손전화를 통해 북한과 외부 사회의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다 보니 북한 당국은 중국 손전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전파 탐지기를 이용한 검열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중국 손전화에 대한 신호가 감지되는 집에 들이닥쳐 손전화기 사용자를 곧바로 체포하기도 합니다.

또 1천400km에 달하는 북∙중 국경 지역을 대상으로 방해전파도 내보내는데, 그만큼 중국 손전화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는 게 이시마루 대표의 분석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중국 손전화기를 북한에 들여보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북한 안에서 사용하는 것도 큰 죄가 됩니다. 당연히 북한 당국에서는 체제 안정에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중국 손전화 사용자를 적발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 손전화 사용이 발각되면 무조건 관리소에 가야 합니다. 정말 엄격해졌습니다.

북한 손전화에 대한 내부 단속도 결코 느슨하지 않습니다.

2014년까지 양강도에서 손전화를 사용했던 탈북자 이선화(가명)씨에 따르면 규찰대가 길거리에서 손전화에 대한 불시 검문을 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 스스로 음성 통화는 물론 손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노래 등에 늘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선화(탈북자)] 북한에서는 막말을 할 수도 없고, 길거리에서 옷차림이 특이하면 규찰대가 와서 손전화를 검열하는 거예요. 혹시 한국 사진, 이상한 노래가 있는지 손전화기를 보자고 검열하는 거죠.

[김진성(탈북자)] 북한 사람이 전화하면 거의 다 도청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화로 아무 말이나 하지 말라는 거죠. 그래서 불필요한 말은 할 수 없고요.

기자: 혹시 북한 손전화기에 비밀번호 설정이 있나요?

[이선화(탈북자)] 비밀번호 설정이 없어요.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본 탈북자 126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109명이 손전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과 검열이 외부 정보의 유입과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손전화를 몰수당했을 때 그 안에 있는 이력, 그 사람이 뭘 봤는지 다 나타나거든요. 보면 위험한 것,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잘 안 보려고 하지만, 그래도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생기면 볼 수 있게 되죠. 그래서 북한 당국이 이를 보지 못하게 차단했고, 오직 당국이 공식적으로 파는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정보 공유 측면에서는 온전히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보 전달 수단으로서 손전화기 잠재력 커

- 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정보 교류 확대의 동력

- 단속하는 당국의 정책 vs 이를 피하는 민중의 대책

-손전화 통한 정보 확산, 인권 증진∙민주화에 활용 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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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정보 유입과 확산의 역할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외부 세계와 차단된 북한의 현 상황에서 정보의 교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수단으로 손전화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데 이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욕구가 오히려 강력한 단속을 피해 정보 교류를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김흥광 대표] 북한 당국이 차단해서 외부의 USB를 볼 수 없게 됐는데, 이것을 푸는 앱(프로그램)을 만들어 은밀히 거래한다고 하니까 머리가 정말 좋은 겁니다. 당국에서 정책이 있다면, 대중들에게는 대책이 있는 거예요. 막는 정책이 있다면 푸는 대책이 있다는 겁니다. ‘억눌린 사회에서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간절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죠.

한국 국민통일방송의 이광백 대표는 중국 손전화가 정보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빠른 속도의 보급률을 보이는 북한 손전화를 북한의 인권 증진과 민주화를 위해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이 대표는 강조합니다.

[이광백 대표] 북한과 외부세계가 차단돼 있잖아요. 연결이 돼 있지 않은 조건에서 거의 유일한 통로가 중국 손전화가 아닌가 싶어요. 현재로서는 그 역할이 매우 크고, 그 통로를 이용해 북한 소식을 전하고 있으니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다만 아쉬운 점은 양방향성은 아니라는 거예요. 안의 정보가 밖으로 나오는 용도로 중국 손전화가 많이 활용되지만, 밖의 정보가 안으로 들어가는 용도는 제한적이잖아요. 중국 손전화가 국제사회와 북한을 연결하는 역할은 한계가 있고, 중국 손전화 외에 북한 전역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도 연구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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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00만대에서 최대 600만대까지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손전화는 이미 내부 정보의 공유와 확산에 대한 영향력을 증명했습니다.

이 정보가 다시 중국 손전화라는 외부 통로를 만났을 때 북한 사회와 일반 주민에 미치는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의 한목소리입니다.

손전화가 보급되면서 필요한 서비스가 뒤따라오고, 지금의 음성통화 중심에서 앞으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때가 될 때 통신 환경을 이용한 정보의 공유와 확산이 가져올 북한 사회의 변화는 이미 조금씩 시작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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